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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386에서도 기득권은 소수. 전체 매도는 곤란”

중앙일보

입력

386의 항변 "우린 권력 중심 아냐" 

386세대를 겨냥한 일련의 비판을 요약하면 “한국 사회의 기득권이면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꼰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나온다. 386세대 인사들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아직 권력의 중심에 서 본 적이 없다(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는 항변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86세대는 아직 당 대표도 배출한 적이 없다. 386은 오히려 아직도 권력의 중심이 되지 못한 걸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386에서도 경제적 혜택은 천차만별”

386세대는 대학입학·취업·내집마련 등 현재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비교적 손쉽게 이겨냈다. 입시 당시 대학 정원은 늘어났고 졸업할 땐 경제 호황에 취업난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결혼 이후엔 노태우 정권의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으로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 역시 지금에 비해 순조롭게 달성했다. 386세대를 향해 ‘각종 특혜와 혜택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한 세대’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386세대 인사들의 의견은 달랐다.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혜택을 받았다는 건 386세대 내에서도 천차만별”이라며 “일괄적으로 386세대가 혜택받았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을 뿐 단 한 번도 돈을 못 벌어봤다”며 “좋은 직장 다니고 안정적으로 집을 마련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386세대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그들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득권 꼰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386세대 주요인사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그래픽 = 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386세대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그들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득권 꼰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386세대 주요인사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그래픽 = 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50대가 사회중심인 건 당연”

386세대의 기득권은 강력하고 끈끈한 연대로 묶여 있다. 그 결과 386세대가 주요 요직을 독식하고 장기집권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386세대가 한국 사회에서 기득권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일견 당연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어느 사회에서나 50대는 각 분야의 중추 역할을 맡으며 기득권을 향유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386세대 여성 인사인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이제 막 50대가 된 386세대에게 장기집권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편견”이라며 “다만 386세대가 비판적 목소리만 낼 뿐 실력과 능력을 갖추지 못해 내실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선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386과 일반 386은 분리해야”

80년대의 대학 진학률은 평균 30%대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소위 ‘운동권’ 출신을 추리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 386세대가 60년대 출생인구 전체를 대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386세대 전체와 정치권력 등 기득권을 쥔 386세대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80년대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인구는 약 250만명인데 이들을 과연 동질적인 하나의 집단으로 묶을 수 있는지는 많은 논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386세대 주요인사들 내에서도 386세대에 대한 평가와 분석은 엇갈렸다. 각종 특혜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해 손쉽게 기득권을 쥔 이후 장기집권한 것을 인정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다른 한 편에선 “우린 아직 기득권도 아니고 오히려 학생운동을 하며 취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성석제 소설가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50대가 되기도 전에 은퇴를 했거나, 은퇴 걱정을 하며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많다”며 “기득권에 취해 있는 이들보다는 여전히 먹고 살 걱정에 시달리는 순응적인 386세대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급속한 노령화와 거대한 인구 규모

출생 세대별로 현재 인구 수를 따져보면 386세대는 860만명으로 전 세대 중 가장 거대한 규모다. 50년대생은 629만명, 2000년대생은 482만명에 불과하다. 다른 세대에 비해 유독 386세대의 입김이 강하고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구조적 이유다. 특히 평균 수명 연장에 따라 퇴직 연령이 올라가고, 이같은 변화에 한복판에 서 있는 386세대가 그 혜택을 입은 탓에 ‘장기집권’이라는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탐사보도팀=김태윤·최현주·현일훈·손국희·정진우·문현경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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