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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미 본토까지 공격당할 가능성 배제 못해”

중앙일보

입력

이란, 후티 반군 등 20여 곳서 항공 전력화… 드론 막을 안티드론 기술에 관심 커져

게임의 규칙 바꾸는 ‘빈자의 공군’ 드론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기지가 타격을 받으면서 무기로서의 드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드론이 해킹 등과 함께 21세기 전장을 복잡하게 만들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업용 드론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미 소방·방재와 농업·건설 분야에서 필수 장비로 자리매김했다. 배송 시장과 통신, 이동수단 분야에서도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스태티스타는 세계 드론시장 규모가 지난해 11억 달러 수준에서 내년 24억 달러, 2025년에는 12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시설 드론 피격과 관련, 9월 18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를 긴급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시설 드론 피격과 관련, 9월 18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를 긴급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난한 나라의 공군’이 중동을 흔들고 있다. 지난 9월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기지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원유 생산량이 하루 570만 배럴 줄어들었다. 예맨의 후티 반군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이번 드론 공격이 ‘전쟁 수단의 평등화’를 통해 현대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증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21세기 전쟁이론가’인 피터 싱어 새로운미국재단(NAF) 펠로우는 중앙SUNDAY에 보낸 e메일 답변에서 “드론같은 값싸고 효과적인 공격 수단을 갖추는 데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첨단 무기는 미국 등 소수 강대국만의 것이었는데, 이제는 드론의 확산으로 가난한 나라도 공중을 통해 보복 공격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드론이 해킹 등과 함께 21세기 전장(싸움터)을 복잡하게 할 변수로 떠올랐다. 싱어는 “앞으로는 상대가 드론이나 해킹을 통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미국같은 강대국조차 자국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전쟁을 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엔 등에 따르면 현재 20개가 넘는 나라와 테러 조직이 군사용 드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성능에서 미국산과 큰 차이 없는 중국산 드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현대전에서 군사용 드론을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는 미국이다. 1995년부터 MQ-1 프레데터를 정찰용으로 활용하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계기로 2001년부터 헬파이어 미사일을 달고 알카에다를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 프레데터의 후속인 MQ-9 리퍼는 2007년 실전 배치된 이후 리비아 내전,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등에서 맹활약했다. 리퍼는 헬파이어 미사일 4방을 달고 14시간 이상 하늘을 날 수 있는 전폭 18m의 대형 드론이다.

현대전의 패러다임 변화

미국은 영국 등 몇몇 동맹국을 제외하고는 무장 드론 판매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MQ-1을 사들였지만 미사일을 장착할 수 없는 비무장 모델이었다. 이 틈새를 중국이 파고들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라크와 요르단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항공우주과 기집단공사(CASC)가 개발한 ‘CH-4B 레인보우’를, UAE는 중국 청두항공기공업그룹이 개발한 ‘윙룽(翼龍)’을 사들였다. 사우디 역시 중국으로부터 윙룽2 30대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인보우·윙룽은 프레데터와, 미사일을 최대 480㎏까지 실을 수 있는 윙룽2는 리퍼와 맞먹는 크기다.

이란과 예멘 반군같은 반미국가들은 자체 개발에 나섰다. 후티 반군은 자체 개발한 카세프(Qasef) 드론으로 사우디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 예멘전문가패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후티 반군이 외부로부터 공급받은 부품을 조립해 드론을 만들고 있으며, 이란이 제작한 아바빌(Ababil)과 모양과 성능이 거의 같다”고 분석했다. 전폭 3m인 신형 아바빌-T 드론은 미국이나 중국산 드론처럼 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은 없지만 최고 40kg의 폭탄을 탑재하고 수백㎞를 날아 자폭공격을 할 수 있다.

드론전쟁이 격화되면서 ‘안티드론’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레이더 또는 음향, 전파(RF) 탐지기를 통해 드론의 접근을 확인한 후 무력화하는 기술이다. 민간 분야에서는 드론에 방해 전파를 발사해 조종할 수 없게 하는 소프트킬 방식이 주로 쓰인다. 산탄총이나 레이저 등으로 드론을 격추하거나 그물을 쏘아 포획하는 하드킬 방식도 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는 이런 방식을 활용한 안티드론 시스템을 내년까지 갖출 예정이다. 최상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안티드론 기술은 공공성이 높기 때문에 기술 개발 로드맵에 따라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는 군사 분야에서는 레이더와 대공포를 활용해 드론을 격추하는 데 촛점을 맞춘다. 이에 따라 국산 자주대공포인 ‘K-30 비호’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30㎜ 기관포 두 문과 최대 탐지거리 17㎞인 레이더, 추적거리 7㎞인 전자광학식조준경(EOTS)을 장착한 비호는 초음속으로 접근해 공격하는 제트전투기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2017년 드론 격추에 성공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가장 효율적인 단거리방공시스템(SHORAD)으로 재평가됐다. 한화 관계자는 “비호는 3㎞에서 3m 크기, 1㎞에서 1m 크기의 목표를 명중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춰 효과적으로 드론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단거리 대공미사일인 ‘신궁’을 장착한 비호복합이 배치중이며, 2021년까지는 비호에서 레이더를 제외하고 무한궤도 대신 바퀴를 단 차륜형 대공포도 배치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국지방공레이더가 북한 무인기 등을 찾아내면 레이더 정보를 공유해 격추하는 방식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6월 “차륜형 대공포 개발 성공으로 드론 등에 대한 저고도 방공 능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수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창우·강남규·최윤신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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