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우리 안보에 어떤 의미인가.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인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듣고 싶어한 답이다. 둘은 이런 문답을 했다.
▶심 의원=“적대행위입니까, 아닙니까.”
▶정 장관=“적대행위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심 의원=“미사일 쏜 게 적대행위입니까, 아닙니까.”
▶정 장관=“…(3초간 머뭇거리다) 그러면 우리가 시험‧개발하는 것은 어떻게 표현해야 합니까.”
정 장관은 앞서 “우리한테 도발이나 위협을 하면 언제든지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세 차례 질문엔 즉답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당 의원석이 소란해졌다. 특히 정 장관이 3초간 머뭇거린 뒤 “그러면 우리가 시험‧개발하는 것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라고 되묻자 한국당 의석에선 “대한민국 국방장관이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할 수가 있느냐”는 고성이 나왔다. 이후에도 심 의원과 정 장관은 6차례 북한 미사일 발사가 대남 도발인지 여부를 놓고 언쟁을 벌였다.
▶심 의원=“북한의 도발입니까, 아닙니까.”
▶정 장관=“북한에서 어떤 군사적 활동을 하더라도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 중입니다.”
▶심 의원=“도발입니까, 아닙니까.”
▶정 장관=“직접적인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심 의원=“다시 묻겠습니다. 적대행위입니까, 아닙니까.”
▶정 장관=“그런 이분법적인 걸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모두 9차례였다. 정 장관은 “적대행위” 또는 “도발”로 규정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이후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엔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북한의 대남 침투나 도발 등 어떤 위협행위를 가한 것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군사합의 이후 한 건의 위반도 없느냐”는 김성찬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도 “현재까진 위반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북한 선전매체가 미사일 발사에 대해 ‘무력시위’라고 표현한 점을 들며 “이게 9·19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하는 건 안일한 대응”이라고 비판하자 정 장관은 “그건 말꼬리 잡기라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이 같은 정 장관의 답변은 ‘9‧19 합의 이후 북한의 합의위반은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과 같은 기조다. 앞서 지난 24일(현지시각) 문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작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단 한 건의 위반이 없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정 장관은 북한이 주적인지 묻는 말에 수차례 즉답을 피해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 장관은 지난 7월 31일 단거리 미사일과 발사체 등 총 15차례 북한의 도발이 있고서야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 “일왕 즉위식 참석해야"=한편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다음 달 예정된 나루히토(徳仁) 일왕의 즉위식에 한국 정부 인사가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10월 22일 일왕 즉위식에 정부인사 참석에 대한 초청이 있으면 참석하실 건가”라고 묻자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누가 갈 것인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국교를 맺은 세계 195개국 국가원수와 대사 등을 즉위식에 초청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