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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입니다, 신속히 하세요" 조국 전화에 검사는 소속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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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22일 자택 압수수색 당시 검찰의 현장 팀장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 장관, 신속히 진행해 달라 수차례 요구” 수사개입 논란 #야 2당 “직권남용” 탄핵소추 추진 … 조 장관 “처 건강 배려 부탁” #강기정 “조용히 수사하라 했는데 말 안 들어” 청와대 외압 공방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온 조 장관은 “압수수색을 시작한 검사인 수사팀장과 전화한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처가 놀라서 연락이 왔다. 지금 상태가 안 좋으니까 차분히 해 달라, 배려해 달라고 (검사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발언은 곧 수사 개입 논란으로 이어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추진키로 했다.

조 장관은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가진 장관이 (수사 검사에게) 전화한 사실만으로도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주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기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가장으로서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이후 공식 알림 메시지를 통해 “배우자는 (압수영장 확인 때) 충격으로 쓰러져 119까지 부르려던 상황이었다”며 “배우자의 전화를 건네받은 압수수색 관계자에게  (조 장관이)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것 같으니 놀라지 않게 진행해 달라’고 남편으로서 말한 것이 전부였다”고 했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광덕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를 마치고 좌석으로 돌아오자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광덕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를 마치고 좌석으로 돌아오자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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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검찰이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장관이 ‘와이프가 몸이 좋지 않고 아들과 딸이 집에 있으니 신속히 진행해 달라’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수 회 했다”며 “검사는 ‘절차에 따라 신속히 하겠다’는 얘길 수 회 하고 끊었고, 그런 과정이 심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무부 메시지가 사실과 달라 정확히 설명하겠다”며 당시 상황도 밝혔다. 조 장관이 통화를 시작하면서 “장관입니다”라고 본인의 직책을 밝혔고, 전화를 받은 검사는 “특수2부 ○○○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가장’이 아닌 ‘장관’으로 전화를 걸었으며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조 장관의 통화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전달했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수사 외압 논란은 청와대와 검찰 문제로 확대됐다. 강 수석은 이날 전남 순천에서 열린 ‘대한민국 균형발전 정책박람회’ 강연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다”며 “검찰은 말을 듣지 않았고, 대통령이 한반도 운명을 가르는 회담을 하는 시간에 우리가 봤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그런 일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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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수석은 검찰에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알아서 생각하시라”고 했다. 강 수석은 지난달 30일에도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을 흘리거나 흘린 경우, 이건 범죄”라며 “윤석열 총장이라면 이 사실을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수석은 논란이 확산되자 페이스북에 “당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당에서 쏟아진 다양한 발언을 말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 중 저한테 직간접 연락받은 분이 있다면 손!”이란 글을 올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총 뒤 “(조 장관의 통화는) 직무를 행하면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에 해당해 명백한 탄핵 사유다. 우리 당은 직권남용에 대해 형사고발을 추진하고, 탄핵소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현직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현장 검사에게 전화해 ‘차분하게 해 달라, 배려해 달라’는 것은 부탁이 아니라 부당한 요구”라고 탄핵 의사를 밝혔다.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동의로 발의되며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된다. 의결되면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가 최종 탄핵 결정을 내리면 파면된다.

조 장관은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13년 5월 트위터에서 ‘김용판 전 청장, 권은희 수사과장에 직접 전화’ 기사를 링크해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높은 김용판, 구속 수사로 가야겠다”고 한 적이 있다. 당시 사이버 여론조작 의혹을 수사하던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축소·은폐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해찬 "검사·한국당 내통”=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공개한 것과 관련, “압수수색한 사람이 6명인가 8명인가 된다 하는 것 같던데, 그중 한 사람이 (주 의원과) 통화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며 통로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피의사실을 알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임장혁·윤성민·김수민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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