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께서 비리 재벌의 대명사인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석방을 탄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유학비 3년간 15만 달러 지원받아 #야당 “과거 비리 재벌 엄벌 주장 #전형적인 위선, 이중성의 결정체” #조 장관 “당시 장학생 여럿 제출”
“인간적 도리였다고 생각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26일 국회 본회의장.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은 초반부터 조 장관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권 의원은 조 장관이 2011년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보석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공개했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 회장의 선처를 구한 것은 “전형적인 언행불일치, 위선, 이중성의 결정체”라고 비판하면서다.
권 의원은 질의 초반 조 장관의 유학 자금 출처를 먼저 짚었다. “94년 UC버클리대 유학 시절 학비 조달을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태광그룹 소속 일주학술문화재단에서 지원받았다. 액수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3년간 15만 달러를 받았다. 일주문화재단의 3기 장학생”이라고 하자 조 장관은 수긍했다. 조 장관은 서울대 석·박사 후 울산대 법대 전임강사로 일하다 1994~97년 미국 UC버클리 대학에서 해외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논쟁은 2011년 구속된 이호진 전 회장 탄원서 제출 건으로 이어졌다. 권 의원이 조 장관에게 “이 회장을 개인적으로 잘 아냐”고 하자 조 장관은 “모른다. 장학금을 받았던 (고) 이임룡 회장님의 아드님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구속됐을 때 탄원서 제출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엔 “있다”고 했다.
권 의원은 “겉으로는 재벌을 비판하면서 뒤로는 400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던 이 회장의 보석 선처를 주장했다”고 조 장관을 비난했다. “평소 재벌 비리를 엄히 처벌하고 많은 형량을 줘야 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선처를 부탁하냐”고도 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구속됐다 병보석을 신청해 7년 넘게 불구속 재판을 받았고, 보석 상태에서 음주·흡연하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 보석’ 비난을 받고 지난해 12월 재수감됐다. 지난 6월 횡령 혐의로 실형 3년을 확정 선고받았다.
조 장관은 “그분(이 전 회장)의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다. 처벌과 보석은 다르다. 재벌이든 누구든 보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선대 회장님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고, 그분의 아드님이 그런 처지에 있어서 그 정도 보석 탄원 글을 쓰는 건 인간적인 (일)”이라고도 했다. 당시 탄원서엔 “최근 이호진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와 건강 이상 등 소식을 접하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간절한 마음으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돼 있다.
권 의원이 “결국은 장학금 수혜를, 은혜를 입어 (탄원서 제출) 행위를 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자 조 장관은 “당시 장학생 여러 명이 탄원서류를 냈다”고 해명했다. 권 의원은 “범여권은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대통령을 의식해 물러나라고 말 못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사퇴 용의가 없냐는 질문엔 “질책을 명심하겠다”고만 했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조 장관을 ‘법무부’ 또는 ‘법무부 대표’, ‘전 민정수석’ 등으로 불렀다. 막판엔 곽상도 의원이 “법무부 관계자 나오라”고 하자 조 장관이 나오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법무부 관계자 계신가. 출석 대상은 법무부 장관으로 돼 있다. 법무부 장관 나오시라”고 하자 비로소 움직였다. 조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첫인사를 할 때 한국당 의원들이 등 돌려 앉아 있기도 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