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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서울 도심에 용적률 높여 주택 공급 늘리면 집값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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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인터뷰DSD삼호 김언식 회장

분양 신화 쓰는 1세대 디벨로퍼 #30년간 신도시 규모 4만여 가구 공급 #“고객 신뢰 저버리지 않아야 성공”

DSD삼호 김언식 회장은 국내 디벨로퍼 1세대로 30년간 4만여가구의 주택을 공급했다. 프로볼링 선수이기도 한 김 회장은 ’끝까지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DSD삼호 김언식 회장은 국내 디벨로퍼 1세대로 30년간 4만여가구의 주택을 공급했다. 프로볼링 선수이기도 한 김 회장은 ’끝까지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대한민국 1세대 디벨로퍼로 꼽히는 DSD삼호 김언식 회장. 1991년 경기도 수원시 화서동에 지은 화서 벽산아파트(238가구)를 시작으로 지난 30년 가까이 4만여 가구를 공급했다. 판교신도시 주택 수가 3만여 가구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신도시 하나를 세우고도 남는 규모다. 최근에 미분양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식사지구에서 일산자이 2, 3차 2100여 가구를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고, 올여름에 선보인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힐스테이트 광교산(789가구)도 한달여 만에 계약을 끝냈다. 안갯속 같은 시장 상황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공급하는 단지마다 성공 분양을 이어가고 있는 김 회장을 만났다.

명품 아파트 첫째 조건은 조경

30년 동안 디벨로퍼로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일을 즐기는 것과 고객에게 분양가 이상의 가치를 돌려주는 것 두 가지가 장수 비결이다. 이것이 사업 철학이기도 하다. 영화감독이 새로운 시나리오를 받으면 가슴이 설레듯 새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면 항상 소풍 가기 전날의 심정으로 즐겼다. 또 하나는 고객이 내게 지불한 가치보다 더 나은 가치를 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한다. 지금까지 공급했던 단지 중 일산자이 위시티 1차를 제외하고 고객들에게 가치 환원을 했다. 일산자이 위시티도 단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벨로퍼로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고집하는 원칙이 있다면.

“디벨로퍼라면 군침을 흘릴 만한데도 멀리하는 사업이 있다. 바로 상가 개발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소규모 상가를 제외하고 상업개발을 거의 하지 않는다. 집은 가격을 많이 낮추면 손해를 보더라도 팔 수는 있다. 안 팔리면 계속 살면 된다. 하지만 상가는 장사가 되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부동산이 된다. 아무리 가격을 내려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리스크가 너무 큰 상품이다. 업체는 팔고 나면 그만이지만 분양받은 사람은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사업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명품 아파트의 조건이 뭐라고 생각하나.

단지의 품격은 조경이 좌우한다. 건물은 세월이 흐르면 낡아지고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게 된다. 하지만 나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쑥쑥 자라고 숲이 우거진다. 건물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조경 가치는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숲이나 나무는 사람이 자연과 호흡하는 곳이다. 조경을 잘해 놓으면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자연을 누릴 수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자연을 느끼며 쾌적하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조경이다.”

강남·북서 30분 거리 이내서 사업

고양·용인·광주 등 수도권에서 사업을 많이 하는 이유는.

“주택시장이 지역별로 차별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도심과 도심 인근 지역의 청약경쟁이 치열하지만 도심에서 먼 지역은 그렇지 않다. 앞으로 이러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서울 도심엔 우리나라 전체 기반시설의 절반가량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서울에 집이 부족하다. 즉 서울 도심 기능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서울 도심 30분 거리 이내에 주택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경기도 고양이나 용인·광주 등이 강남과 강북 30분 거리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인다. 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은.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 아파트 공급을 옥죈다고 해서 사람들이 기존 생활권을 버리고 외곽 권역으로 옮겨가지 않는다.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 도심지역의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 상향을 통해 공급물량을 늘림으로써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특히 용적률 상향에 일정 부분을 국가가 가져와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 건립에 쓰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도심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세대에 대해 대중교통 이용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우선권을 준다면 교통 과밀현상을 완화할 수 있고, 저출산 문제 해소 및 계층 간 소셜믹스로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보다 스페어 처리 중요  

프로볼링 선수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이력이 있는데.

“지난 1995년 제1회 프로테스트에서 프로 자격증을 땄고, 한국프로볼링협회가 처음 개최한 1996년 필라컵대회에서는 프로볼링 사상 첫 퍼펙트게임(300점 만점)도 기록했다. 이때가 삼호건설 대표로 재임한 기간이다. 볼링을 하면서 깨닫는 점이 많았던 만큼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일과 선수를 병행했다. 볼링은 마무리가 중요하다. 스트라이크가 통쾌하고 보기 좋지만, 마지막 스페어를 잘 잡아야 점수가 좋다.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로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끝까지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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