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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노벨상’ 받은 그레타 툰베리, 유엔 연설 풀버전 보니

중앙일보

입력

스웨덴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세계 정상들을 향해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한 연설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툰베리는 25일(현지시간)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의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s)’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바른생활상 재단은 “다가오는 기후 재앙에 참지 않겠다는 툰베리의 결심은 수백만 동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즉각 기후 행동을 요구하도록 고무시켰다”고 수상 배경을 밝혔다. 바른생활상은 1980년 독일계 스웨덴 자선사업가 야코프 폰 윅스쿨이 창설했으며, 환경과 국제개발 분야에서 노력을 기울인 4명에게 수여된다. 노벨상이 강대국의 입장과 정치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에서 제정돼 ‘대안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툰베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와 오는 12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 참석하기 위해 친환경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을 향해 기후 변화에 충분히 대처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한 연설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툰베리는 연설에서 ”당신들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다”며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다.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 15살의 나이로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후 툰베리의 운동에 공감한 전 세계 청소년들이 지난해 11월부터 금요일마다 ‘기후 파업(Climate Strike)’이라고 불리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의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전문)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각국 정상과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각국 정상과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위에 올라와 있으면 안 돼요. 저는 대서양 건너편 나라에 있는 학교로 돌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희망을 바라며 우리 청년들에게 오셨다구요?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 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과학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계속해서 외면할 수 있나요? 그리고는 이 자리에 와서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요? 필요한 정치와 해결책이 여전히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데요.

여러분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고, 긴급함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슬프고 화가 난다해도,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정말로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고 있는 거라면,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를 반으로만 줄이자는 의견은,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씨 아래로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을 50%만 줄 뿐입니다. 이는 또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되돌릴 수 없는 연쇄 반응을 초래할 위험까지 안고 있습니다.

50%는 여러분에게는 받아들여지는 수치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여러 티핑 포인트, 대부분의 피드백 루프, 대기오염에 숨겨진 추가적 온난화는 포함하지 않고 있는 수치입니다. 기후 정의와 평등의 측면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는 여러분들이 공기중에 배출해놓은 수천억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들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도 나오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기후위기가 초래한 결과를 떠안고 살아가야 할 우리는, 50%의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1.5도 아래로 머무를 수 있는 67%의 기회를 잡으려면-IPCC가 제시한 현재로썬 최상의 가능성인- 세계는 2018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420기가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늘날 이 숫자는 이미 350기가 톤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오늘날처럼 탄소배출을 계속한다면, 남아있는 탄소예산 마저도 8년 반안에 모두 소진되어 버릴텐데요.

오늘 이 자리에서 제시될 어떠한 해결책이나 계획도 이 남아있는 탄소예산을 고려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탄소예산을 나타내는 이 수치는 매우 불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여전히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까지입니다. 더 이상은 참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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