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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범죄에서 아이들 지킨 체육관, "이것이 휴먼시티디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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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하는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시상식이 26일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하는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시상식이 26일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아이들의 천국같은 체육관으로 재탄생한 중고 컨테이너, 동네 어린이와 여성들의 사랑방이자 교육 시설이 된 도서관…. 남아프리카공화국 작은 도시 두눈(Dunoon)에서 주민들을 위해 추진한 혁신 프로젝트가 서울시가 주최한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으로 선정됐다.

서울시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 #남아공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가 받아 #공공디자인으로 빈민촌 주민의 삶 바꿔 #"창의적 디자인 사고가 사회문제 해결"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에서 남아공의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가 '대상'을 차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의 디자인 책임자가 나란히 서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에서 남아공의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가 '대상'을 차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의 디자인 책임자가 나란히 서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서울디자인재단은 남아공 두눈 학습 혁신 프로젝트가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26일 발표했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서울시가 지난해 '휴먼시티디자인서울'을 선언하고 올해 처음으로 제정했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통해 복합적인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기여한 프로젝트에 수여한다. 대상을 놓고 세계 25개국 75개 프로젝트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국내외 디자인·커뮤니티·건축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4차례의 회의를 거쳐 대상을 선정했다.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는 남아공 수도인 케이프타운에서 20㎞ 떨어진 두눈 지역에서 2013년부터 체육시설과 도서관을 지어 도시 활성의 거점으로 활용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체육시설과 도서관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거점으로 유아 개발센터, NGO를 위한 공간, 민간 사업자를 위한 정보 거점으로 그 활용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남아공 빈민촌의 아름다운 혁신  

남아공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가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희망을 주는 디자인을 실천한 사례다. 사진은 중고 컨테이너를 활용해 지은 공공 체육시설.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

남아공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가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희망을 주는 디자인을 실천한 사례다. 사진은 중고 컨테이너를 활용해 지은 공공 체육시설.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

남아공 두눈 지역의 아이들. 이 동네에 체육관과 도서관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남아공 두눈 지역의 아이들. 이 동네에 체육관과 도서관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찰스 랜드리 심사위원장은 "각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한 원칙을 담고 있는지, 사랑을 한 데 모으고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지 등을 확인했다"며 "두눈 혁신 프로젝트는 도서관을 촉매제로 활용해 지역 주민의 삶을 효과적이고  또 포괄적으로 개선해 휴먼시티디자인의 모든 기준을 충족했다"고 평했다.

26일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 처음으로 수여한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인류의 공동 과제인 사람과 환경의 조화로운 관계, 지속가능한 도시생태계 창조를 목표로 한다"며 "앞으로 이 상이 전세계 디자이너들의 축제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대상을 받은 두눈 프로젝트의 디자인 책임자인 리즐 크루거-파운틴은 "두눈 지역의 아이들에게 배움과 희망을 주기 위한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아 기쁘다"며 "이번에 받은 1억원의 상금은 두눈의 빈민층을 돕고 다음 프로젝트인 교육혁신센터 만들고 운영하는 데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루거 파운틴은 케이프타운 시정부 공간계획 환경국 수석 도시 디자이너다.

도서관과 체육시절, 마약·범죄 방패 공간으로

두눈 지역에 만들어진 체육시설 앞에서 어린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두눈 지역에 만들어진 체육시설 앞에서 어린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크루거-파운틴은 "두눈 지역의 공공시설을 계획하며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 마약이나 범죄 등에 유혹 받지 않고 어머니·할머니와 함께 집같이 안전하게 공부하고 읽고, 놀며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며 "이런 곳으로는 도서관과 체육시설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아이들의 배움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성인 여성들의 교육 프로그램과 취업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도 함께 했다. "이런 배움의 환경 자체가 결과적으로 지역 사회를 긍정적으로, 미래 지향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민들이 아이디어 내고 운영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심사위원단은 두눈 혁신 프로젝트가 공공시설을 지을 때부터 운영하는 데까지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냈다는 점을 특히 높이 샀다. 주민들은 공공시설에 무엇이 필요할지 논의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도서관이 지어진 후에는 도서 관리, 체육 프로그램 교사 역할 등 운영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런 운영은 취업을 늘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보탬이 됐을 뿐 아니라 공공시설에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혁신의 큰 그림을 그렸다

두눈 지역의 도서관 모습. 이곳이 주민들의 배움을 위한 허브 공간이 됐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두눈 지역의 도서관 모습. 이곳이 주민들의 배움을 위한 허브 공간이 됐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두눈 혁신 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앞으로 도서관을 증축하고 미래교육혁신센터(어린이교육센터,아이켄두센터), 커뮤니티홀 등을 만들 예정이다. 미래를 위한 더 큰 배움과 창조의 허브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크루거-파운틴은 "특히 아이캔두센터(ICANDO Center)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근 도시농업단지에 참여할 인력을 새롭게 교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자인의 공공적 가치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을 차지한 남아공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를 이끈 리즐 크루거-파운틴 디자인 책임자(맨 왼쪽)가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을 차지한 남아공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를 이끈 리즐 크루거-파운틴 디자인 책임자(맨 왼쪽)가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이순종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운영위원장은 "이번 상은 디자인이 조형적으로 아름답고 사용하는 데 편리한 것을 만든다는 개념을 넘어서 디자인의 공공적 가치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상"이라고 강조했다. 디자인적 사고가 인간의 삶과 사회,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할 수 있음을 세계와 공유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은 앞으로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를 통해 국제 디자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서 "창의적 디자인 사고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이날 시상식에 이어 오후 2시부터 제2회 휴먼시티디자인컨퍼런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마리아나 아마출로 미 파슨스디자인스쿨 교수는 "디자인은 갈수록 스마트 인프라, 제품, 서비스를 함께 모으는 실험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며 "지금이야말로 디자이너의 책임감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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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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