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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연말 시한' 복병 떠오른 트럼프 탄핵 바람

중앙일보

입력

연말까지 미국과의 담판을 구상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복병’을 만났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바람이 불면서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총회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총회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당) 부자(父子)의 비리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취지의 ‘외압’이 있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스캔들 당사자로 지목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장인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압력을 느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민주적이고 개방된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우리는 좋은 통화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상적이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시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탄핵 요구에 맞불을 놨다.

그러나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 대통령은 개인 정치를 신성한 선서보다 위에 뒀다”며 “하원은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대통령에게 권력남용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탄핵 추진을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미국의 대통령도 안 된다”며 “트럼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의회의 헌법적 책임이며 탄핵 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사자의 부인과 맞불 작전에도 불구하고 탄핵 바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탄핵 움직임이 북한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이미 북한과 미국 간에는 실무협상을 하기로 한 만큼 탄핵 움직임에도 조만간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거래를 원하고 있고, 협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력이 탄핵으로 흐트러질 수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 움직임이 실무협상에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정상회담 등은 미국 국내정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올해 신년사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4월 12일)에서 연말까지 미국과 결판을 보겠다고 공언한 김 위원장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국내정치는 대외 정책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대북제재 완화를 통해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김 위원장이나 비핵화를 치적으로 삼아 내년 대선에 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모두 비핵화 진전의 필요성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사정으로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무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비핵화의 대상이나 방법, 사찰 등 넘어야 할 복잡한 산들이 산적해 있다”며 “연말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갈 길이 바쁜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은 북·미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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