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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미·일 3자 안보협력' 文엔 말 안하고 아베와 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한·미·일 3자 안보협력 문제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백악관 자료 "미·일 정상회담서 #한·미·일 3자 안보협력 중요성 논의" #전문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 번복 #한국에 압력 넣기 위한 것일 수도 "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한국, 미국, 일본 간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연 직후 백악관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미·일 정상이 언급한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은 지난달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강의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같은 이슈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관여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배포자료에 문구를 넣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또 "두 정상은 미·일 간 긴밀한 우정과 중추적 동맹을 재확인했으며 양국 간 협력을 계속해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정상은 이란 및 북한 관련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양자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발표하자 미국은 국방부와 국무부가 동시에 강한 우려와 실망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한국 정부에 종료 결정을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이틀 전인 23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회담이 끝난 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문제는 물론 한·일 관계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배포한 한·미 정상회담 관련 자료에도 지소미아나 한일 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나 한·일 갈등 해소와 관련해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아베 총리와는 이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눈 셈이다.

일본 언론도 아베가 트럼프와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트럼프에게 일본의 입장을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지소미아는 한·일이 2016년 11월 23일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하기 위해 체결한 협정이다. 협정 체결로 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동향 등 지역 내 군사정보를 미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협정 당사국은 아니지만, 지소미아가 파기돼 한·미·일 삼각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 북한 도발 억제 등 미국의 동아시아 내 군사계획이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한편, 백악관은 미국과 일본이 양자 무역합의에 서명했다고도 전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1단계 미·일 양자 무역합의 서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가능한 한 빨리 포괄적 합의라는 공동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모멘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 무역합의가 양국의 더 큰 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며 자유롭고 공정하고 상호적인 국가 간 경제관계의 모델로 기능할 것이라는 관점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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