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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임세원 교수 의사자 불인정은 기계적 판단, 깊은 유감" 의협 성명

중앙일보

입력

강북삼성병원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연합뉴스]

강북삼성병원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는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강북삼성병원 고(故) 임세원 교수를 정부가 의사(義死)자로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실망과 깊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25일 입장문에서 "임세원 교수는 당시 스스로 위험을 피하기에 앞서 주변의 동료부터 대피시키려다가 변을 당하여 안타까움을 더 했다"며 "그런데 지난 6월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의위원회에서 의사자 불인정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의협은 "칼을 휘두르는 조현병 환자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안전한 공간으로 몸을 숨기거나 황급히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임 교수는 간호사와 주변 사람들이 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진료실 밖으로 나가 위험을 알리다가 결국 참혹한 일을 당했다"며 불인정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SNS서 확산되고 있는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 원작자는 늘봄재활병원 문준 원장.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SNS서 확산되고 있는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 원작자는 늘봄재활병원 문준 원장.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의협은 "보건복지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기계적으로 판단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숭고한 행위에 느끼는 바가 없는 비인간적 행정 방식에 크게 실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임 교수의 행위가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구조했어야 한다는 요건에 맞지 않아 불인정 판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가령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숨지거나 화재가 났을 때 잠자는 사람을 깨우려고 여기저기 방문을 두드리다가 변을 당하는 식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CCTV를 보면 임 교수가 진료실을 나오면서 간호사에게 "도망가"라고 외치고 진료실 오른쪽으로 뛰어간다. 간호사는 왼쪽으로 뛰었고 조현병 환자 박모씨가 간호사를 쫓아가다 의자에 걸린다. 임 교수는 서너발짝 가다 멈춰 뒤돌아보면서 피하라는 손짓을 한다. 그러자 박씨가 방향을 바꿔 임 교수를 쫓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임 교수가 계속 달렸다면 박씨가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멀리 갔을 수도 있다. 간호사가 걱정돼 멈췄고 뒤돌아보는 바람에 변을 당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런 행위가 '적극적·직접적 구조행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임 교수의 유족은 최근 정부의 불인정 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의협은 "유족들이 갑작스럽게 남편과 아버지를 잃었는데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부디 법정에서 올바른 결론이 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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