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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디젤 게이트… 獨검찰, 폴크스바겐 현 회장 기소

중앙일보

입력

독일 검찰이 헤르베르트 디스 현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을 기소하면서 '디젤 게이트'의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볼크스바겐 그룹 본사 건물에 있는 로고 모습. [EPA=연합뉴스]

독일 검찰이 헤르베르트 디스 현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을 기소하면서 '디젤 게이트'의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볼크스바겐 그룹 본사 건물에 있는 로고 모습. [EPA=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인 ‘디젤 게이트’의 후폭풍이 현(現) 폴크스바겐 그룹 경영진에까지 미쳤다. 독일 검찰이 헤르베르트 디스 현 회장과 한스 디터 푀치 최고경영위원회 의장을 기소하면서다.

폴크스바겐 그룹 본사가 있는 니더작센주 브라운슈바이크 지방검찰은 24일(현지시간) 배출가스 조작 사건 공개를 의도적으로 늦춘 혐의로 디스 회장과 푀치 의장, 마르틴 빈터코른 전 회장을 기소했다.

2015년 디젤 게이트 당시 재무위험이 발생했음에도 주주에게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검찰은 640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에서 디스 회장과 푀치 의장이 디젤 게이트로 인한 재무 위험을 주주들에게 적시에 공시하지 않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적시했다.

 독일 검찰이 '디젤 게이트' 연루 혐의로 기소한 전현직 경영진. 왼쪽부터 한스 디터 푀치 최고경영위원회 의장, 마르틴 빈터코른 전 회장, 헤르베르트 디스 현 회장. [AFP=연합뉴스]

독일 검찰이 '디젤 게이트' 연루 혐의로 기소한 전현직 경영진. 왼쪽부터 한스 디터 푀치 최고경영위원회 의장, 마르틴 빈터코른 전 회장, 헤르베르트 디스 현 회장. [AFP=연합뉴스]

빈터코른 전 회장에 대해서도 2015년 3월 당시 디젤 게이트로 인한 잠재적 금전 피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혐의가 추가됐다. 폴크스바겐 그룹 측은 “지난 4년간 사내외 전문가가 디젤 게이트와 후속 조치에 대한 검토를 모두 마쳤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2015년 9월 폴크스바겐 그룹은 디젤 차량 1070만대의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배출가스를 낮춘 사실을 인정했다. 차량 리콜과 수리, 민·형사상 벌금 등으로 300억 달러(약 36조원)를 지불했고 주가는 40% 넘게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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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경영진까지 디젤 게이트의 형사책임을 묻게 되면서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 그룹은 타격을 입게 됐다. 현 경영진이 디젤 게이트 연루 혐의로 기소된 건 처음이다.

BMW그룹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 출신인 디스 회장은 디젤 게이트 수습을 위해 2015년 폴크스바겐 그룹에 영입됐다. 지난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한 마티아스 뮐러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올랐다.

푀치 의장 역시 폴크스바겐 그룹 오너 가문 출신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의장의 뒤를 이은 인물이다. 피에히 전 의장도 디젤 게이트에 연루됐을 거란 의혹을 받았지만 폴크스바겐 경영에서 물러난 뒤 지난달 사망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이 지난 9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양산형 전기차 ID.3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디스 회장은 '폴크스바겐 그룹의 명예회복'을 주창하며 전기차로의 변화를 주도해 왔다. [로이터=연합뉴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이 지난 9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양산형 전기차 ID.3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디스 회장은 '폴크스바겐 그룹의 명예회복'을 주창하며 전기차로의 변화를 주도해 왔다. [로이터=연합뉴스]

디스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이후 “폴크스바겐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전기차로의 변화를 주도했다. 이달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첫 양산형 순수전기차인 ID.3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의 암운이 현 경영진에까지 드리우면서 폴크스바겐 그룹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피에히 전 회장이 사망하면서 피에히와 권력 투쟁을 벌여온 볼프강 포르쉐 포르쉐 홀딩스 회장이 폴크스바겐 그룹 경영에 복귀할지도 관심사다.

독일 검찰은 이날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 그룹에 대해서도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8억7000만 유로(약 1조146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검찰은 다임러 그룹이 68만4000대의 디젤 차량을 질소산화물 배출규정을 지키지 않고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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