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나쁘면 백배 노력해야"…'사기' 1000번 읽은 김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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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준태의 자강불식(17)

『중용(中庸)』 20장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배우지 않을지언정 배운다면 능하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말라. 묻지 않을지언정 묻는다면 알지 못하고서는 그만두지 말라. 생각하지 않을지언정 생각한다면 깨닫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말라. 분별하지 않을지언정 분별한다면 명확하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말라. 행하지 않을지언정 행한다면 도탑지 못하고서는 그만두지 말라. 다른 사람이 한 번에 할 수 있거든 나는 백 번 하며 다른 사람이 열 번에 할 수 있거든 나는 천 번 해야 하니, 만약 이렇게 나아갈 수 있다면 우둔한 사람도 반드시 명석해질 것이고 유약한 사람도 반드시 강해질 것이다.”

어릴 때 질병으로 지각능력 떨어져

충북 증평군 삼기저수지 등잔길에 있는 김득신 좌상. 김득신의 『독서기(讀書記)』를 보면 『사기(史記)』의 ‘백이전(伯夷傳)’을 억만 번 읽었다고 나온다. [연합뉴스]

충북 증평군 삼기저수지 등잔길에 있는 김득신 좌상. 김득신의 『독서기(讀書記)』를 보면 『사기(史記)』의 ‘백이전(伯夷傳)’을 억만 번 읽었다고 나온다. [연합뉴스]

안타까운 일이지만 타고난 머리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우치지만 반복해 공부해도 하나조차 깨닫기가 버거운 사람도 있다. 만약 내가 후자에 해당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며 포기하고 멈춰버릴 것인가?

똑똑해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 재주가 많아 쉽게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보며 그저 부러워하기만 할 것인가? 『중용』 20장에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들보다 백 배 노력한다면 나는 분명 진보할 것이고, 내가 극복하지 못할 한계란 없을 거라는 것이다.

조선 선조 때 태어나 문장가로 명성을 날린 김득신(金得臣)은 이러한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어렸을 적 질병을 앓아 지각능력이 저하된 그는 말도 어눌하고 여러 면에서 노둔했다고 한다. 보통의 부모라면 이런 아들을 보고 한숨만 내쉬었겠지만 김득신의 아버지 김치는 달랐다.

김치는 아들에게 학문의 속도가 늦어도 괜찮다며 다만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읽고 또 읽고, 외우고 또 외우라고 당부했다. 게으르지 않고 남들의 열 배, 백 배 노력한다면 신체의 한계나 지적능력의 제약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정약용 초상. 정약용은 김득신의 시를 거론하며, 그가 천 번의 독서를 실천한 것은 진실이었다고 평가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정약용 초상. 정약용은 김득신의 시를 거론하며, 그가 천 번의 독서를 실천한 것은 진실이었다고 평가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김득신은 이러한 아버지의 당부를 충실히 따랐다. 그는 책을 수없이 반복해가며 읽었는데 그의 『독서기(讀書記)』를 보면 『사기(史記)』의 ‘백이전(伯夷傳)’은 억만 번을 읽었고(모두 1억1만3000 번을 읽었다고 하는데 옛날의 단위가 지금과 달라 11만 3000번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사서삼경』, 『사기』, 『한서(漢書)』, 『장자(莊子) 』등의 책은 적게는 수천 번, 많게는 6만~7만 번 읽었다고 한다.

물론 숫자가 지나치게 많아서 정말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다산 정약용은 이를 검증하는 글을 따로 작성하기도 했는데, 그에 따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라고 한다. 오로지 백이전만 읽어도 4년 넘게 걸린다는 것이다.

정약용, 김득신의 노력 인정

하지만 정약용은 김득신의 노력을 부정하지 않는다. 『독서기』의 기록은 후대의 다른 사람이 김득신의 꾸준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과정에서 부풀려진 것이고, “한유의 『문장』, 사마천의 『사기』를 천 번 읽고서야 금년에 겨우 진사과에 합격했네”라는 김득신의 시를 거론하며, 천 번의 독서를 실천한 것은 진실이었다고 평가한다.

읽고 읽고, 또 읽었으며 다른 사람보다 백 배, 천 배 노력하였기 때문에 김득신은 자신에게 주어진 제약을 멋지게 극복하고 대문장가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것이다.

김준태 동양철학자·역사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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