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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글로벌 줌업]“경협해도 안보는 양보 안해” 중국 코 앞서 고슴도치 돼가는 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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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건국 70년을 맞는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중화민국의 국민당 세력을 남중국해의 섬인 대만으로 밀어내고 대륙을 평정한 뒤 베이징에서 건국을 선언했다. 이렇게 건국된 신중국의 최대 과제는 대만과의 통일이었다. 무력이든 협상이든 방법을 가리지 않고 통일을 이루고 싶었을 것이다. 체제 안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가운데)가 지난 9월 16일 외교 안보 책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만은 자위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밀착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조하면서 미국의 힘을 이용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남중국해의 고슴도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가운데)가 지난 9월 16일 외교 안보 책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만은 자위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밀착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조하면서 미국의 힘을 이용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남중국해의 고슴도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 한반도 통일 막느라 양안 통일 기회 놓쳐

하지만 게다가 강한 해군력을 가진 미국은 안보 공약을 지켜 중국이 대만해협을 건너는 것을 막았다. 게다가 중국은 건국 직후 소련의 세계 전략에 따라 6·25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해 북한의 김일성 정권을 지원하고 한반도 통일을 막느라 힘이 빠졌다. 한반도 통일을 막느라 양안 통일의 기회를 놓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가능성 여부는 별개로 하고 말이다.
그동안 대만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모범 국가로 발전했다. 국가 이미지도 좋아 '헨리&파트너스'가 매년 발표하는 여권 파워 순위에 따르면 대만은 134개국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지만 중국은 74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대만은 중국의 경제개발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만에 군사적 위협과 압박을 계속 가해왔다.

미, 대만에 지상·공중 무기 대규모 판매 #M1A1 에이브럼스 전차와 F-16v 전투기 #대만, 군 현대화로 중국 침공·압박 저지 #모병제 전환하며 고가장비로 공백 메워 #경제 협력해도 안보는 양보 않는 대만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해 미국 힘 업어 #중국, 오히려 대만에 보복 어려운 상황

대만, 안보역량 강화하며 중국 압박에 저항 

대만이 미국에서 구입하기로 한 에이브럼스 전차와 동형의 전차.[위키피디아]

대만이 미국에서 구입하기로 한 에이브럼스 전차와 동형의 전차.[위키피디아]

하지만 대만도 지지 않고 있다. 경제력과 더불어 군사력까지 강화하고 있다. 대만은 특히 올해 들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설 안보 역량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핵 보유국에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중국이 감히 건드리기 힘든 ‘남중국해의 고슴도치’로 자리 잡고 있다. 대만은 중국과 교역·투자 등 경제 분야에선 최대의 협력 대상이지만 경제 협력과 안보 문제를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서로 밀접해도 안보 분야에서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돋보인다.
대만은 올해 군 현대화의 전기를 맞았다. 미국이 신형 M1A2 에이브럼스 전차와 F-16V 전투기 판매를 승인하면서 대만군의 대폭적인 현대화의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내년 총통(대통령 격) 선거를 앞둔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 입장에서는 최대 안보외교 성과를 올린 셈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대만에 M1A2 에이브럼스 전차 108대와 스팅어 휴대용 방공 미사일 250기 등 모두 22억 달러(약 2조6000억원)가 넘는 각종 무기체계를 판매하기로 했다. M1A2 에이브럼스 전차는 미군의 현역 주력전차인 M1 에이브럼스 전차의 개량 버전으로 1992년 실전에 투입됐다. 미국의 중동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쿠웨이트가 다량 보유한다.
지난 8월에는 미국 국무부가 대만에 80억 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F-16v 전투기 66대를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하고 이를 의회에 공식 통보했다. F-16v는 F-16 전투기의 레이더 등을 강화한 기종으로 미국이 2012년 공개했다.

대만 육군이 지난 1월 훈련에서 공개한 M60A3 전차부대의 모습. 한 세대는 뒤떨어진 낡은 무기체계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육군이 지난 1월 훈련에서 공개한 M60A3 전차부대의 모습. 한 세대는 뒤떨어진 낡은 무기체계다. [로이터=연합뉴스]

낙후 대만군, 미국제 무기 확보로 ‘안보 단비’

그동안 대만군은 규모도 작지만 무기체계는 더욱 낙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09~2017년 재임)을 비롯한 여러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서 중국을 의식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억제했기 때문이다. 8만8000명이 병력을 유지하는 대만 육군의 경우 주력전차가 M-60A3 200대, M-48A5 100 M-48H 265대 등 565대를 운용한다. M-60계열 전차는 미국 육군의 경우 1959~2005년, 미국 해병대는 1962~1991년 운용했던 구형이다. M-48계열은 미군이 1953~1990년대 중반까지 사용하다 퇴역시킨 낡은 전차다. 한국군도 M-48계열 전차를 해안포나 전시용으로나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4만 병력을 보유한 대만 해군은 잠수함 4척에 수상함 26척을 운용한다. 거대 대양 해군을 키우는 중국에 맞서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병력이 3만 5000명인 대만 공군의 경우 2018년 말 기준으로 F-5 E/F 87대와 자국산 F-CK-1 C/D 경국호 127대, 미라지 2000 5D 9대, 미라지 2000 5E 46대, F-16 A/B 143대 등 모두 479대의 전투기를 보유 중이다. 미국산 F-5 계열은 1959~1987년 제작됐고, 프랑스산 미라지 2000 계열은 1978~2000년 생산된 뒤 품절된 기종이다. 대만 국산전투기인 경국호는 1990~2000년 생산됐다. 미국산 F-16이 그나마 공군력을 유지시켜준 셈이다. 그래도 대만이 보유한 F-16 A/B는 F-16 계열 중 초기 버전이다.
이러한 대만이  M1A2 에이브럼스 전차 108대와 F-16v 66대를 확보하는 것은 그야말로 ‘안보 단비’라고 할 수 있다. 수시로 군사적으로 위협하며 대만 내정에 압박을 가하는 거대 중국을 상대로 자국을 지킬 수 있도록 안보역량 강화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대만 육군의 코브라 헬기가 지난 1월 훈련에서 사격을 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과 경제 협력을 해도 안보는 양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육군의 코브라 헬기가 지난 1월 훈련에서 사격을 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과 경제 협력을 해도 안보는 양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2018년 모병제 전환하며 군장비 확대

차이 총통의 대만이 군사장비 획득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자체 안보 환경의 변화라는 요인도 있다. 바로 67년간 계속되던 징병제 폐지와 모병제 전환이다. 대만은 70년 전인 1979년 10월 1일 중국 본토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대만으로 옮긴 중화민국은 1951년 징병제를 채택했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민주화 이후 복무 기간을 계속 줄여왔다. 군별로 2~3년 복무하던 것을 1990년 7월 2년으로 통일한 데 이어 2008년 7월에는 복무기간을 절반인 1년으로 줄였다. 그러다 2018년 1월 1일부터 모병으로만 군인을 확보하고 있다. 전해 입대한 마지막 징병 인력이 그해 12월 모두 전역하면서 대만은 완전한 모병 시대를 맞고 있다. 모병제는 2008년 당시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공약 사안이었지만 당시 야당이던 민진당의 차이 총통이 집권한 뒤에도 변함없이 이를 지켰다.

사실상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민간단체인 미국주대만협회(AIP) 타이베이 사무실의 모습. [EPA=연합뉴스]

사실상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민간단체인 미국주대만협회(AIP) 타이베이 사무실의 모습. [EPA=연합뉴스]

대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력  

눈여겨 볼 점은 대만이 올해 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미국과 대만이 공동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관련 대화를 열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는 국교를 단절했지만 민간기관인 미국주대만협회(AIT)를 통해 관계를 이어왔다. AIT는 형식적으로는 민간기관이지만 비자 업무 등을 운영하면서 국교를 단절한 대만에서 실질적인 미국 외교공관 역할을 한다. 외교공관과 달리 대만의 타이베이(臺北)와 가오슝(高雄)에는 물론 미국 워싱턴에도 사무실을 유지하면서 양국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AIT의 윌리엄 브렌트 크리스텐슨 대표는 3월 19일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놀라운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과 대만이 연례 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했으며 가을에 대만에서 미국 국무부의 ‘민주주의, 인권, 노동’ 사무소의 고위 관리가 참석한 가운데 첫 공동 대화 행사를 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대만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민주주의 인권과 관련한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 대화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중국에 대한 견제구다.
더구나 대화의 명칭이 ‘인도태평양 민주주의 거버넌스 협의(Indo-Pacific Democratic Governance Consultations)’라는 사실 앞에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크리스텐슨 대표는 이 대화의  목적에 대해 “미국과 대만이 지역에서 협력을 증진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구해 오늘날 거버넌스 도전을 받는 다른 나라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촉진하는 데 미국과 대만보다 더 좋은 파트너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대만이 바야흐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한 축이 되어가는 셈이다. 심지어 미국과 공식 국교관계가 없다는 사실조차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카리브해 순방에 나선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며 교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카리브해 순방에 나선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며 교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에 더욱 밀착해 거대 중국에 대응하는 전략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태평양과 인도양의 동맹국과 우호국을 결합해 중국의 세력 팽창과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대만에 여기에 동참할 경우 중국이 불만을 가지거나 경제 보복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협력 최대 파트너인 대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이 원하는 것을 들어줌으로써 신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힘을 이용해 중국의 압력에 대항하려고 시도한다. 미국의 의사를 읽고, 미중 대결이라는 국제적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미국을 협력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해 당당하게 대만의 자주와 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우는 것이 차이 총통의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현재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사태의 와중인데다 10월 1일 건국 70주년을 맞는 상황에서 대만과 홍콩을 모두 압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만은 이런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고, 건드릴 수도 없는 ‘남중국해의 고슴도치’가 되어가고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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