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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NL·PD 갈등 30년···PD계열 조국에 음모론도 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PD계열인 조국, NL이 꺼리나…운동권 두 세력 재조명

“운동권의 양축인 NL계와 PD계는 견원지간인데 NL을 대표하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PD를 대표하는 조국 민정수석이 화합해 문재인 대통령을 잘 보필할지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11일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낸 논평이다. 당시 논평에 나온 NL(National Liberationㆍ민족해방)과 PD(People’s Democracyㆍ민중민주)는 80년대 이후 한국 진보 운동의 양대 축이다.

하지만 386 운동권 진영에선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 투쟁 방향, 북한과의 관계설정 등을 놓고 NL과 PD가 심각한 충돌을 빚었다.

NL=임종석 우상호 이인영… PD=조국 송영길 심상정…

NL은 한국 사회의 모순이 남북 분단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민족 문제, 통일 투쟁에 중점을 두면서 친북 성향이 강하다. 특히 NL계열의 다수파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했기 때문에 ‘주사파’로 불렸다.

반면 PD 계열은 한국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자본주의하에서의 노동-자본 간 계급문제에 주목했다. NL과 달리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를 뒀다.

NL은 80년 광주항쟁 이후 대학가에 몰아닥친 반미운동과 함께 태동했다. 전두환 정권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86년 ‘강철’이라는 필명의 김영환(서울대 법대 82학번)씨가 편지형태의 친북 성향 유인물(일명 강철서신)을 대학가에 배포하면서 운동권에 NL이라는 사조가 빠르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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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결성한 구국학생연맹은 산하조직을 통해 북한의 주체사상을 전파했는데 86년 지도부가 검거돼 와해됐다. 이후 이 조직 노선은 고려대 운동권(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이 주도한 반미청년회를 거쳐 87년 전대협으로 이어졌다.

현 여권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ㆍ우상호 의원, 오영식·한병도 전 의원 등이 전대협 출신이다. 청와대에선 신동호 연설기록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이 NL계로 분류된다. 학생운동에서 NL이 주류였다면 PD는 소수파였다.

노동운동에 무게를 둔 PD는 80년대 중반부터 공장에 위장취업해 노동조직을 건설하는데 주력했다. 여권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민주당 송영길ㆍ박용진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PD계 출신으로 분류된다. 청와대에선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 등이 PD계였다.

2012년 1월 6일 노회찬(왼쪽부터)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통합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후 이들은 통합진보당 창당 수순을 밟았다. [중앙포토]

2012년 1월 6일 노회찬(왼쪽부터)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통합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후 이들은 통합진보당 창당 수순을 밟았다. [중앙포토]

PD계열이 창당하면, NL이 이후 당 장악 패턴

NL과 PD는 2000년대 들어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의 운영과정에서도 크게 충돌했다. 민노당은 2000년 노회찬ㆍ심상정 등 PD계가 민노총을 기반으로 민노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이후 NL계가 대거 민노당에 들어와 이석기·이정희 등을 필두로 당권을 장악하면서 PD계와 불화를 빚었다. 이후 두 그룹은 2006년 10월 발생한 일심회 사건으로 갈라섰다. 민노당 중앙위원 등 NL계 간부들이 북한에 정보를 제공한 사건이다.

민노당은 이들에 대한 징계 논의를 했지만, NL계가 국가보안법은 악법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심상정ㆍ노회찬 등이 탈당해 2008년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통합진보당이 지난 2012월 5월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한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당원들이 단상에 난입해 조준호 공동대표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통합진보당이 지난 2012월 5월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한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당원들이 단상에 난입해 조준호 공동대표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NL이 조국 방패막이 되길 꺼리나” 음모론도 

이후 2011년 이정희ㆍ이석기 등 민주노동당계와 유시민ㆍ천호선 등 국민참여계, 심상정, 노회찬 등 진보신당 탈당파가 모여 통합진보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 선거 의혹에 따른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처리를 놓고 양측이 대충돌을 벌이면서 다시 PD 진영이 당을 떠났다.

이후 NL이 중심이 된 통진당은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에 휘말려 헌재로부터 정당 해산 선고를 받았다. 지금은 PD계가 중심이 된 정의당과 NL계가 다수인 민중당으로 나뉘어 진보정당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를 두고도 음모론이 나온다. “PD 계열이 다수인 정의당과 심상정 대표가 조국 장관을 감싸는 게 아니냐”, “NL출신들이 PD계인 조국 장관의 방패막이 되길 꺼리는 것 같다” 등의 얘기다.

탐사보도팀=김태윤·최현주·현일훈·손국희·정진우·문현경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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