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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중국 영향과 해결방법]홍윤철 교수 인터뷰(2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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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미세먼지는 일명 ‘후진국’의 이슈인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캐나다, 서유럽 국가들은 미세먼지 피해에서 거의 자유로워졌다. 오래 전부터 ‘좋은 공기’가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 지 인식하고 공기 질 개선을 위한 규제와 정책을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오염 배출을 막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충분한 효과를 보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이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은 여전히 심각한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고 있는 곳이 많다.

한국 공기질, 태국·캄보디아와 비슷

 한국은 정치·경제·사회적 수준이 선진국에 가까운데도 미세먼지 피해가 심각한 드문 예외에 속한다. WHO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은 주요 아시아 국가 21곳 가운데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번째로 나쁘다. 중간 정도로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보다 좋지 않은 나라들을 보면 네팔·인도·방글라데시·몽골·미얀마·캄보디아 등 경제 수준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연평균 초미세먼지 24.6㎍/m³란 한국의 수치 자체도 WHO 권고치인 연평균 10㎍/m³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1년을 평균 낸 수치가 24.6㎍/m³란 얘기는 하루 하루를 살며 초미세먼지가 ‘나쁨’(26~50㎍/m³)이나 ‘매우 나쁨’(51㎍/m³ 이상)인 날도 상당히 많았다는 얘기다.

홍윤철 서울대병원 교수(예방의학교실)

홍윤철 서울대병원 교수(예방의학교실)

한국의 미세먼지에는 편서풍을 타고 이웃나라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먼지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의 미세먼지는 과연 누구 책임일까. 해결책이 있기나 한 걸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미세먼지 분야 권위자로 평가받는 홍윤철 서울대병원 교수(예방의학교실)에게 미세먼지의 정확한 상황과 해결책에 대해 들어봤다.

과거엔 큰 먼지, 지금은 초미세먼지 비중 늘어

한국의 미세먼지 상태는 어떤가.

아시아에서도 웬만한 나라보다 나쁘다. 우리나라 경제력 대비 아주 나쁜 거다. 전 세계에서도 나쁜 수준이다.”

일각에선 ‘옛날이 더 안 좋았다’며 경각심 자체를 힐난하는 경우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엔 큰 먼지가 많았다면 지금은 초미세먼지가 많아졌다. 훨씬 위험한 거다. 특히 스모그처럼 뿌옇게 보이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확실히 늘었다. 겨울에서 봄철로 갈 때, 기온이 증가할 때,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등이 그렇다. 그리고 옛날엔 지금보다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 미세먼지도 하나의 요인이었을 거다. 사망률 하나만 놓고 봐도 옛날에 더 좋았다, 더 잘 살았다는 말은 맞지 않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왜 많아진 건가.

“결국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결과인데 특히 지금은 석탄발전소 영향이 크다. 석탄발전소가 서해안 쪽에 많이 생긴 게 큰 요인이라고 본다.”

중국 탓만 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중국발 영향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우리 탓이 아니다’라고 한다.

‘이게 다 중국 때문이다’란 우리나라 사람들의 불만도 맞고, ‘그게 왜 전부 우리탓이냐’고 항변하는 중국 말도 맞다. 예를 들어 한국의 미세먼지가 지금 100이라고 하자. 그런데 배출량만 보면 중국에서 25가 온 거고, 한국 안에서 25가 발생한 거다. 그런데 왜 50이 아니라 100이 됐을까. 이게 바로 ‘2차 미세먼지’ 때문이다. 국내 전체 미세먼지 발생의 72%가 2차 생상 미세먼지란 연구도 있다. 연구자들이 눈여겨보는 건 바로 2차 미세먼지다.”

2차 미세먼지는 왜 생기나.

“말 그대로 자동차나 공장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2차로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거다. 주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암모니아 등이 그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중국만 해도 베이징 주변 대규모 돼지농장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로 어마어마한 2차 미세먼지가 생성된다. 2차 미세먼지는 대부분 초미세먼지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고농도이고 훨씬 위험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미세먼지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결국 국제협약이다. 바람을 타고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 때문에 주변 국가, 도시들이 함께 수치를 낮추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5가지 목표물이 중요하다. ‘발전소·공장·자동차·농장·선박’ 이다. 국가마다 이 5가지에 대한 미세먼지 배출 목표치를 정해 합의하고 한꺼번에 지키면 수치가 낮아지고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다.”

강제력 있는 국제협약, ‘헤이즈 협정’ 동북아까지 확대해야  

비슷한 국제협약 사례가 있나.  

“유럽은 1979년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이동에 관한 협약’을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자고 공식 제기한 게 시작이었다. 가깝게는 2014년 아세안 지역의 ‘초국적 연무오염 협정(ATHP)’이 있다. ‘헤이즈(haze)협정’이라고도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날아오는 헤이즈(연무)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국토 전체가 심각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아세안에서 공론화해 협정을 맺은 것이다.”
헤이즈란 매년 6~9월 사이의 건기에 인도네시아의 이탄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연무다. 인도네시아는 90년대부터 삼림의 난개발과 숲을 태워 경작지를 개간하는 화전 농업이 급증하면서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유기물로 쌓여있는 이탄지가 많다.

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가 주축

한국은 중국·몽골 같은 국가와 협력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겠다.

“국제협약은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 벌금을 매겨야한다는 거다. 헤이즈 협정만 해도 강제력이 없어 별 효과가 없다. 그렇다고 특정 국가를 손가락질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다. 현실적으로 헤이즈 협정을 동북아시아까지 넓히는 방안이 좋다고 생각한다. 국가마다 각자의 사정을 감안해 감축 목표를 정하고 못 지키면 패널티를 두는 거다. 자국민의 건강 개선을 위한 건데 그 보다 더 좋은 명분이 어디 있겠나. 대신 어려운 국가가 ‘우리힘으론 달성 못하니 도와달라’고 하면 산업협력을 해서 윈윈 할 수도 있다. 아시아에서 초국경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과학적·정책적 자문, 기술 수출과 지원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정도다. 이 3국이 국제협약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일본은 워낙 자국 공기가 좋아서 별 관심이 없다.”

공기 문제가 해결될 걸로 보나.

“제가 대기오염을 연구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만 해도 아무도 공기에 관심이 없었다. 그 때는 수질이 좋지 않아서 오히려 물이 관심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물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했다. 넘어선 거다. 미세먼지 문제도 사회발전 단계라고 생각한다. 모든 나라들이 못 살 때는 먹거리 걱정이고 그 다음이 환경 걱정이다. 그 중에서도 물 걱정이 먼저고 대기 질에 대한 관심은 거의 마지막 단계다. 이걸 넘어서야 선진국인거다. 국민의 수준이 이렇게 높아졌는데 한국도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야하고 또 가게 되지 않겠나.”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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