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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민주당 “검찰수장 적임자” 두달 만에 “고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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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심새롬 정치팀 기자

심새롬 정치팀 기자

“윤 후보자가 자신이 가진 검찰의 칼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6월 19일, 관훈클럽 토론회)

지도부, 윤석열 옹호에서 돌변 #“국민 심판대 오를 것” 경고까지 #당내서도 “집권당 포기냐” 비판

“윤석열 시대의 검찰은 어떠한 경우에도 검찰의 정치 복귀가 돼서는 안된다.” (9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윤 총장에 대한 ‘확신’이 석 달 만에 ‘강한 우려’로 바뀌었다. 총장 후보자 시절 “충직성과 강직성에 기대한다”며 윤 총장을 옹호했던 이 원내대표는 24일 “검찰이 다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오명을 상상할 수 없다”며 비난했다. “잘못된 수사 행태로 검찰이 국민의 심판대에 오르는 불행한 일은 없길 바란다”는 경고도 날렸다.

여당 지도부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 초기 ‘윤석열 호’에 느꼈던 배신감과 당혹은 이제 분노·불안으로 바뀌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24일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정말로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어이가 없다”고 했다. 전날 “별건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라고 비난한 직후다.

시간을 두 달만 거슬러 윤 총장 취임(7월 25일) 전후로 가보자. 민주당이 바라본 윤 총장은 “솔직히 이만한 사람 또 없는”(7월 11일, 이인영 원내대표) 후보자였다. 인사청문회에선 “될 만한 사람이 지명됐다(이철희 법사위원)”는 말이 나왔다. 법사위 소속인 박주민 최고위원은 윤 총장에게 “검찰 식구들이 수사 대상이 됐을 때 제대로 수사하라”는 당부도 했다. 법무부 장관도 넓은 의미의 ‘검찰 식구’라면 윤 총장은 민주당 지도부의 당부를 충실히 따른 셈이다.

민주당은 일찍이 윤 총장의 ‘마이웨이’ 수사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6월 1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윤 후보자가 지닌 칼날은 양면적이다. 나중에 우리를 향해 돌아올 수도 있다”고 했다. 두 달 뒤인 8월 27일 검찰은 조국 의혹 관련 첫 압수수색을 개시했다. 윤 총장 청문회에서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서면 개입 사례를 언급하며 “장관의 수사 지시에 분명한 기준과 원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당시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 지시가 정당하면 따라야 하고, 정당하지 않으면 따를 의무가 없다”는 답을 했다.

여당은 이제와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해찬 대표는 24일 정책의총에서 “우리도 마찬가지고, 검찰도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수습이 어려운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다.

연일 거리를 좁혀오는 검찰 칼끝에 대응해 민주당은 ‘수사팀 고발’ 카드를 꺼냈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피의사실 공표는 명백한 위법”이라며 조국 수사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삼아 검찰 고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곧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인데 (고발한다는 건) 집권당이길 포기하는 것”(송영길 의원)이란 비판이 나왔다. 앞서 민주당은 18일 법무부와 당정 회의를 열어 법무부 훈령(수사공보준칙) 개정 추진을 시도했다가 조국 장관의 ‘셀프 방어’에 활용될 것이라는 반대 여론에 논의를 접었었다.

2016년 11월 4일 당시 박범계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최순실 특검법에 합의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피의사실 이외 수사 과정을 언론 브리핑하는 조항을 넣었다”고 발표했다. 불과 3년 전 일이다. 아무리 봐도 ‘내로남불’이다.

심새롬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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