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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施善集中)]"유산기부 의향 있다” 26.3% … 관련법 제정 선행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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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선진국에서는 유산기부가 많다. 영국은 전체 기부금의 33%가 유산기부며, 미국은 9%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선진국에 비해 미미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국세청 기준 전체 기부금이 12조원대에 달하는 등 기부문화가 많이 확산됐지만, 전체 기부 중 유산기부의 비율은 0.5%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정책 제언, 국민 인식 개선 위한 ‘2019 유산기부 인식 조사’ 시행 #‘기부 의향’ 남자 27.9 여자 24.8% #희망 사용처는 복지·환경·의료 순

소액 기부가 아닌 유산기부는 착한 마음과 선한 행위에만 호소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산기부 활성화는 영국 등의 사례에서 보듯 상속세 감면 같은 혜택을 주는 법과 제도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와 15개 단체, 유산기부 캠페인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올해부터 유산기부 인식 개선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굿네이버스·어린이재단·기아대책·세이브더칠드런·한국컴패션·밀알복지재단·다일공동체·홀트아동복지회·대한사회복지회·부스러기사랑나눔회·동방사회복지회·옥스팜코리아·하트하트재단·굿피플·글로벌케어 등 1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유산기부 관련 정책 제언 및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제공하기 위해 기부 경험 및 유산기부에 관한 ‘2019 유산기부 인식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26.3%가 유산기부 의향이 있으며, 51.6%는 상속세 감면 등을 담은 유산기부법이 제정되면 유산기부를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유산기부를 들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46.1%가 ‘있다’고 응답했다. 남자(47.9%)가 여자(44.5%)보다, 50대(47.5%)와 60대(49.2%)가 70세 이상(40.3%)보다 약간 많았다. 인지 경로를 물은 결과, ‘TV’가 64.4%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가족, 친구, 동료 등 주위 사람’(24.7%), ‘신문’(19.4%), ‘포털사이트’(12.0%) 순이었다.

유산기부 비중은 ‘10~19%’ 가장 많아

유산기부 의향을 묻는 질문에 ‘있다’가 26.3%(‘많이’ 7.5%, ‘어느 정도’ 18.8%)로 나타났다. 유산기부 의향은 남자(27.9%)가 여자(24.8%)보다, 저연령일수록, 자녀가 없는 경우(34.3%)가 있는 경우(25.8%)보다 높았다.

유산기부 시 재산 중 유산기부의 비중을 묻는 질문에는 ‘10~19%’(17.1%), ‘50~59%’(15.4%), ‘30~39%’(13.2%) 순이었다. 평균은 37.8%로 나타났다. 남자(40.8%)가 여자(34.4%)보다, 고연령일수록, 자녀가 없는 경우(42.9%)가 있는 경우(37.3%)보다 높았다.

유산기부 의향자에게 희망하는 유산 사용처를 물은 결과, ‘국내복지사업’이 61.7%로 가장 많았고, ‘환경사업’ ‘의료사업’ ‘교육사업’ ‘국제구호사업’ ‘종교단체’는 10% 미만이었다.

유산기부 의향이 없는 응답자(585명)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경제적으로 어려워서’(65.1%)가 가장 많았고 ‘자선/모금단체를 못 믿어서’(15.0%)가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기부 경험이 없는 이유에 대한 응답(‘경제적으로 어려워서’ 48.9%, ‘자선/모금단체를 못 믿어서’ 11.3%)과 유사한 패턴이다. 유산기부 의향이 없는 이유에 대한 응답 중 ‘경제적으로 어려워서’가 기부 경험에 대한 설문에서보다 많은 것은 유산기부가 기부보다 큰 금액이어야 한다는 인식과 노후에 대한 부담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부 경험이 없는 이유에서와 마찬가지로 고연령일수록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응답이 많은 반면, 저연령일수록 ‘자선/모금단체를 못 믿어서’가 많았다.

유산기부 시 걱정되는 요인으로는 ‘적절한 기부금 활용에 대한 우려’가 44.9%로  가장 많았다. 이는 유산기부 의향이 없는 이유로 ‘자선/모금단체를 못 믿어서’가 많은 것과 맥락이 같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가족을 설득하는 부분’(19.9%)이 많았다. 유산기부 의향이 자녀가 ‘없는’(34.3%) 경우가 ‘있는’(25.8%)보다 많다는 점에서 자녀 유무가 유산기부 결정 영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저연령일수록 ‘적절한 기부금 활용에 대한 우려’ ‘추가 세금에 대한 우려’ ‘복잡한 유산기부 절차’ 응답이 많았다. 유산기부 활성화 캠페인을 통한 인식 개선과 법·제도 정비 등이 필요해 보인다.

절반 이상이 유산기부법 제정 시 재산 10% 기부 의향 ‘있다’

유산기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서는 ‘가족이나 지인의 권유’(21.6%)와 ‘자선단체에 대한 정보’(20.3%)에 대한 응답이 비슷했고, 그 뒤를 ‘자선단체 관계자 상담’(7.1%)과 ‘변호사 또는 회계사 상담’(6.2%)이 이었다. 저연령일수록 ‘자선단체에 대한 정보’와 ‘자선단체 관계자 상담’이 많아 자선단체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산기부 결정 시 배우자 또는 자녀와 상의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있다’가 76.9%에 달했는데, 배우자 또는 자녀와 상의한다면 ‘동의할 것’이라는 응답은 49.9%로 유산기부 시 걱정 및 영향 요인에서 가족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바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Legacy10(상속인이 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면 기존 법정 상속세에서 10%를 감면해주는 법)처럼 유산기부법 제정 시 재산 10%를 기부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51.6%가 ‘있다’고 응답했다. 앞의 기부 의향을 묻는 설문에서 ‘있다’보다 25.3%p 많았다. 앞의 유산기부 의향이 있는 경우 유산기부 비중으로 재산의 ‘10~19%’가 가장 많고 평균 37.8%였는데, 이보다 낮은 10%에 상속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면 유산기부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산기부법 제정 시 기부 의향은 자녀가 ‘있는’(51.8%) 경우가 ‘없는’(48.2%) 경우보다 많았다. 재산 규모에 상관없이 전 계층에서 50% 이상이 유산기부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2019 유산기부 인식 조사’ 개요

무작위 표본추출로 선정된 응답자를 대상으로 숙달된 전문 면접원이 한국갤럽 표준조사 방법으로 진행했다.
·모집단: 전국 만50세 이상 남녀
·표본 크기: 1008명
·표본추출방법: 성/연령/권역별 인구비례 할당추출
·표본 오차: ±3.1%p(95% 신뢰 수준)
·조사 방법: 유·무선 RDD를 활용한 전화조사 (유선 37%, 무선 63%)
·응답률: 10.1%
·조사 기간: 2019년 8월 5~9일

캠페인 공동 진행 단체.

캠페인 공동 진행 단체.

중앙일보디자인=김승수 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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