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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돼지열병 5번째 확진판정···돼지열병 방어망 구멍 뚫렸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오후 인천 강화군 송해면의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왔다.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ASF가 처음 발생한 이후 1주일여 만에 다섯 번째 확진 사례다. 최초 중점관리지역(경기도 파주·연천·김포·포천·동두천과 강원도 철원) 밖에서 ASF가 발생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해당 ASF 바이러스는 중국을 휩쓴 ‘2형’과 핵심유전자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오후 중점관리지역을 경기도와 인천시·강원도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또 중점관리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 간, 권역 외 살아있는 가축과 분뇨의 반출입을 금지했다.

김포 ‘음성’ 판정 사흘만에 확진 #韓 확산 바이러스, 中 휩쓴 2형 #김포 방문 차량, 음성·진천 방문 #48시간 이동중지해제, 성급했나

이런 가운데 정부는 23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김포 양돈농장에 대해 당초 ‘음성’ 판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나 정밀 검사의 허점을 노출했다. 음성 판정을 내린 지 3일 만에 ASF가 확진돼 검사 결과를 번복하면서다. 특히 김포 농장은 처음으로 ASF가 발생한 파주시 연다산동 농장과도 역학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방역 당국의 초기 대응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에서 국내 5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나왔다. [연합뉴스]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에서 국내 5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나왔다. [연합뉴스]

24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방역 당국은 지난 20일 김포 농장에 대해 샘플을 선정해 조사를 벌이고, ASF에 걸리지 않았다는 음성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3일 후인 23일 해당 농가에서 김포 농장에서는 모돈(母豚) 4마리가 유산 증상을 보였고 그 외 1마리는 폐사했다. 이후 검역 당국이 다시 정밀 조사를 벌인 결과 ASF 양성으로 번복됐다. 음성 판정을 받은 농장에서 불과 사흘 만에 ASF가 발병하면서 정밀검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특히 김포 농장은 파주 연다산동 농장과 역학관계가 있는 농장 중 하나다. ASF 발생 이틀 후에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이 농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이미 차량 역학관계를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미흡한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포 농가의 경우 차량 역학관계가 있는 경우에 포함돼 사전 검사를 진행했던 것”이라며 “농가당 8~16마리의 돼지 샘플을 뽑아서 조사하기 때문에 샘플 외 개체에서 감염 사례를 놓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을 당초 파주ㆍ연천ㆍ철원 등 6개 시ㆍ도에서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을 당초 파주ㆍ연천ㆍ철원 등 6개 시ㆍ도에서

이날 파주의 적성면 농가에서도 ASF가 발생하면서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지난 17일 첫 발병 이후 총 5곳으로 불어났다. 방역 당국은 지금까지 ASF가 발생한 모든 농가 사이에 차량이 오고 간 역학적 관계를 확인하고, ‘차량’을 감염 고리로 판단하고 있다. 농장을 드나든 차량이 바이러스를 묻혀 여기저기 옮겼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밀검사 결과가 달라지는 사례가 나오고, 농장 간 역학관계가 드러나면서 차량을 통해 이미 전국으로 ASF가 확산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차 발생농장인 파주 연다산동 농장과 차량 역학관계에 있는 농장·시설은 총 328곳으로, 경기 252, 강원 60, 충남 13, 인천 3, 충북 1곳이다. 2차 발생농장인 연천 농장은 경기 147곳, 강원 15곳, 충남 6곳, 전남 4곳, 경북 3곳, 인천·충북 2곳 등 총 179곳의 농가·시설이 차량 역학관계가 있다. 이 외에도 24일 충북도에 따르면 김포 농가를 방문했던 사료 차량이 19일 음성, 21일 진천 두 농가를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ASF 발생 초기인 17일과 18일, 이틀 연속 확진 판정이 나왔음에도 48시간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연장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지적도 많다. ASF 잠복기가 4~19일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중점관리지역(파주·연천·김포·포천·동두천·철원) 이외 농가에서도 ASF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1차 ASF가 발생한 파주 농가 외 원발농장이 따로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18일 이후 ASF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었다해서 일시이동중지를 해제한 것은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농식품부는 24일 정오를 기해 다시 48시간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정 교수는 “최초 발생한 17일 이전에 비공식 ASF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과거 모돈이 폐사하거나 유산하는 등 유사 증상이 있었던 농가는 자진신고를 받아 해당 농장부터 집중 검사하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이날 오후 경기도 북부 6개 시ㆍ군으로 지정돼있는 중점관리지역을 경기도ㆍ인천시ㆍ강원도 전체로 확대했다. 또 해당 지역을 경기 북부ㆍ강원 북부ㆍ경기 남부ㆍ강원 남부 4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 간, 권역 외 살아있는 가축과 분뇨 반출입을 금지했다. 또 민간 임상수 의사 동원령을 내려 중점관리지역 내 농가가 도축장으로 돼지를 출하할 경우 허가증을 발급받도록 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에서 “ASF로 북한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서훈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에 고기가 있는 집이 없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라며 “5월 북한이 국제기구에 발병 신고를 한 후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채찬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 5월 북한에서 ASF가 발병한 후 접경지역을 포함한 전역이 심하게 감염돼 바이러스가 남하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연재해에 가까운 상황인데도 북한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사태파악이나 문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차량 외에도 오소리ㆍ쥐 등 야생동물의 몸에 바이러스가 묻어 전파되는 ‘기계적 감염’도 의심된다”며 “이런 경로와 원인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확산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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