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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금융위기의 4배 손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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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후학자를 고용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2011~2015년 지구기온 0.2도 올라 #21세기말까지 더 큰폭 상승 예고 #화석연료 규제로 산업 연쇄 위기 #마켓워치 “방치 땐 23조달러 피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전망에 기후변화가 핵심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커버스토리로 보도했다. 가뭄이나 홍수, 허리케인으로 인해 사회 제반 시설이 무너지고, 상품 가격이 출렁이는 등 기후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극단적으로는 기후변화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2일 최근 5년간 세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보다 섭씨 1.1도 상승했고, 이전 5년(2011~2015년)보다는 0.2도 올랐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1세기 말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3.4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8년 상위 10대 글로벌리스크.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2018년 상위 10대 글로벌리스크.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이 때문에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청년들은 20일 지구촌 곳곳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국 서울을 비롯해) 전 세계 150개국 도시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최근 영국 가디언은 ‘기후변화’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며, 기후 ‘위기(crisis)’ 혹은 ‘붕괴(breakdown)’로 바꾸기로 했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미국 마켓워치는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4도 상승하면, 80년에 걸쳐 23조 달러(약 2경 7460조 원)에 달하는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보다 3~4배 더 큰 경제적 손실이다.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교수(경제사)는 화석 연료 에너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기업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고, 은행 대출이 연체되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위기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온이 3~4도 오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처럼 급격한 정치·경제적 변화를 맞을 것”이라며 “석유화학기업 엑손모빌뿐 아니라 자동차 기업 다임러, BMW 등 전 세계 주식·채권의 3분의 1에 달하는 21조 달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미 대마불사(大馬不死) 소리를 듣는 독일 자동차 산업까지 흔들리면 독일 금융뿐 아니라 국가 경제마저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보험사도 위태롭다.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 대형 산불로 인해 보험사에 청구된 보험금은 최대 114억 달러(14조원). 미국 13개 연방 기관이 공동으로 펴낸 기후보고서를 보면 대형 산불 피해를 보는 지역이 앞으로 2050년까지 지금보다 6배 더 늘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허리케인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로 입는 손실 역시 연 540억 달러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이미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글렌 루드부시 샌프란시스코 연은 부총재는 “화폐 및 금융감독 정책 수립 시 미래의 경제적 또는 재정적 위험을 평가하는 데 많은 중앙은행이 이미 기후 변화를 평가 요소로 포함시키고 있다”며 “기후변화와 관련된 리스크는 신용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를 확대하고, 금융위기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도 “기후변화 문제는 이미 정부와 수시로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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