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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청소년 돕자" 최우석 전 중앙일보 주필 자녀, 사랑의열매에 유산 10억여원 기부

중앙일보

입력

고 최우석 전 중앙일보 주필(오른쪽)이 생전에 손자, 손녀와 함께 있는 모습. [사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 최우석 전 중앙일보 주필(오른쪽)이 생전에 손자, 손녀와 함께 있는 모습. [사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아버지께서 지켜보시면 정말 기뻐하실거에요.”

23일 눈시울이 붉어진 최진혁(51)ㆍ최경원(49)씨가 지난 4월 별세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두 남매는 향년 79세로 세상을 떠난 고(故) 최우석 전 중앙일보 주필(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의 자녀다. 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선친에게 받은 유산을 세 가족의 이름으로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상속받은 주식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기부 총액은 10억5400여만원이다. 최우석 전 중앙일보 주필과 최진혁·최경원씨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게 됐다.

최진혁·최경원 남매, 상속받은 주식 기부 #그룹홈·제3국 출신 청소년 돕는 용도 기금 #최 전 주필, 유언처럼 "좋은 일 해라" 강조

이번 기부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매년 9월 13일을 ‘대한민국 유산기부의 날’로 선포한 이후 첫 결실이다. 기부금은 최씨 남매의 뜻에 따라 부모님과 함께 자라온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추억을 담은 ‘구산기금’으로 명명됐다. 아들 최진혁씨는 "유치원 시절부터 분가할 때까지 쭉 구산동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았기 때문에 고심 끝에 지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구산기금은 앞으로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하는 청소년들의 자립과 장학 사업에 사용된다. 특히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그룹홈이나 제3국 출신 청소년들을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

고 최우석 전 중앙일보 주필은 생전에도 늘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점을 입버릇처럼 강조해왔다. 최진혁씨는 "아버지께서 젊을 때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런 분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어 했다. 마침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했다. 좋은 일 해라'고 유언처럼 남겨서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기부금 전달식도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씨는 "아버님이 살아있으면 이런 걸 한다고 화냈을 거 같다. 직접 기부를 못 하고 저희가 대신 하니까 전달식이라도 열었다"면서 "아버님은 아예 행사를 안 하고 조용히 넘어갔을 테지만 유산 기부가 다른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달식만 열었다"고 설명했다. 전달식에 참석한 윤영석 서울 사랑의열매 회장은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어 쉽지 않은 결정을 한 두분에게 감사하다. 이번 유산 기부를 계기로 더 많은 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약속인 유산 기부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 유산 기부 문화를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주필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1962년 한국일보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72년 중앙일보로 옮긴 후 편집국장, 논설위원 등을 거쳐 주필(93~94년)을 역임했다. 1995년에 삼성경제연구소장을 맡은 뒤로는 사장, 부회장 등을 지내며 10년 가까이 연구소를 이끌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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