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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쓰러지고 날아오고…태풍 '타파' 강풍·비 피해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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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호 태풍 '타파'가 제주를 강타한 22일 오후 서귀포시 관계자들이 일주동로와 태평로 교차로의 쓰러진 신호등에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7호 태풍 '타파'가 제주를 강타한 22일 오후 서귀포시 관계자들이 일주동로와 태평로 교차로의 쓰러진 신호등에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7호 태풍 '타파'가 제주를 거쳐 남부지방을 지나며 피해가 속출했다. 도로에 있던 신호등과 나무는 꺾이고, 도로가 물에 잠겼다. 교량이 바람에 흔들려 통제됐고, 강풍에 날아온 구조물이나 무너진 건물 파편에 맞아 다치는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정전 피해도 있었다. 전국 8093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으며 제주도 일부 지역은 단수 피해를 입었다. 민간시설 중에서는 주택 4동과 농경지 4개소 총 6000㎡가 침수됐다.

하늘길과 뱃길이도 막혀 김해와 제주, 김포 등 11개 공항에서 248편이 결항했고 100개 항로의 연안여객선 166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 기준 민간시설 15건, 공공시설 50건의 피해가 보고됐다.

사고 수습에 나선 소방관과 경찰관도 다쳐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 중인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건물 옥상에 구조물이 떨어져 있다.[독자=연합뉴스]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 중인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건물 옥상에 구조물이 떨어져 있다.[독자=연합뉴스]

이날 전남, 목포·울산 등에서는 강풍에 넘어지거나 날아온 구조물에 맞은 부상자가 수십 명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오전 10시50분께 전남 목포에서는 한 교회 외벽에 떨어져 나온 벽돌에 50대 여성이 머리를 맞아 크게 다쳤다.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산에서는 6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강풍에 넘어진 가로등에 부딪혀 병원으로 옮겨졌고, 오후 6시께 경남 사천시에서는 건물 지붕 패널이 떨어져 행인 1명이 다쳤다.

22일 오전 10시 15분께 부산 수영구 민락교 아래 도로에 가로등이 강풍에 꺾여 있다. 2019.9.22 [부산경찰청=연합뉴스]

22일 오전 10시 15분께 부산 수영구 민락교 아래 도로에 가로등이 강풍에 꺾여 있다. 2019.9.22 [부산경찰청=연합뉴스]

구조활동을 벌이던 소방관이나 교통 관리에 나선 경찰관이 다치는 사고도 이어졌다. 오전 10시께는 부산에서 강풍에 흔들리는 공장 철제문을 고정하던 소방대원이 철제문에 가슴을 부딪쳐 치료를 받았다. 울산에서는 오후 5시 10분께 강풍에 외벽이 떨어져 나가는 오피스텔 주변에서 교통 관리를 하던 파출소 소속 경찰관을 시내버스가 충격했다. 해당 경찰관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서지고, 날아오고…선박 전복, 신호등 파손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북상하며 울산지역에 태풍경보가 발효된 22일 오후 울산시 동구 미포산업로 인근에 강풍을 견디지 못해 떨어진 교통표지판을 경찰이 옮기고 있다. [뉴스1]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북상하며 울산지역에 태풍경보가 발효된 22일 오후 울산시 동구 미포산업로 인근에 강풍을 견디지 못해 떨어진 교통표지판을 경찰이 옮기고 있다. [뉴스1]

시설 피해와 침수 피해도 속출했다. 태풍을 가장 처음 부닥친 제주에서는 신호등이 꺾이고, 전신주가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곳곳에서 나무가 쓰러지고,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무너져 내렸다. 건물 외벽 타일과 벽돌 파손, 유리창도 깨졌다. 강풍에 간판과 교통표지판이 떨어지는 피해도 잇따랐다.

부산에선 한 서점 건물 4층 유리가 깨져 인도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또 공사장에 임시로 세운 가설물이 쓰러지며 전선을 건드려 정전이 발생하고, 축대벽이 넘어지기도 했다. 창원에선 에어컨 실외기, 건물 옥상 물탱크가 마당으로 떨어졌다.

바다에서도 피해가 있었다. 거제에선 정박 중인 3t짜리 어선이 전복됐고, 울산에선 어선이 표류해 해경이 구조했다. 동구 일산동 일산해수욕장 앞바다 해상에 계류 중이던 세일링 요트는 높은 파도에 떠밀려 백사장에 좌초됐다.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야음장생포동 인근 도로에 가로수가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쓰러져 있다. [뉴시스]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야음장생포동 인근 도로에 가로수가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쓰러져 있다. [뉴시스]

담이 무너지고 토사가 유출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울산 북구에선 현대차 울산공장 외곽 담 일부가 무너졌고, 북구 신현동 무룡터널 진입로에는 토사가 일부 유출됐다. 중구 우정동 빌라 외벽 마감재(드라이비트)가 추락해 아래에 주차된 쏘나타 등 차량 3대가 파손됐고, 중구 북정동에는 주택 담이 무너져 내렸다.

대형 교량, 하늘길, 바닷길 모두 막혀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고 있는 22일 오후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요트 등 배 2척이 강풍과 파도에 떠밀려 와 있다. [연합뉴스]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고 있는 22일 오후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요트 등 배 2척이 강풍과 파도에 떠밀려 와 있다. [연합뉴스]

해상 등을 공중으로 가로질러 설치된 대형 교량들은 일제히 통제됐다. 부산시와 경남 거제시를 연결하는 해상교량인 거가대교를 비롯해 을숙도대교 등 부산 주요 다리는 강풍에 통제됐다. 이들 다리의 순간최대풍속은 통제 기준인 초속 25m를 넘겼다.

부산항대교는 컨테이너 등 대형 차량 운행이 차단됐고, 전남 신안군 섬을 연결하는 천사대교는 오후 2시부터 5시 40분까지 통제됐다. 울산 남구와 동구를 잇는 울산대교는 오후 6시 30분부터 양방향 통제 중이다.

부산항은 이틀째 선박 입·출항이 전면 중단됐다. 부산과 제주, 부산과 일본 서안 지역을 잇는 여객선들도 출항을 멈췄고, 전남 목포·여수·완도 여객선 터미널을 오가는 80척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제주공항과 김해 공항도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제주공항은 이날 오전 6시 30분 제주에서 김포로 출발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OZ8900편을 시작으로 항공기 총 395편의 운항이 줄줄이 취소됐다. 태풍 북상으로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오후 7시를 전후해 항공기 일부 운항이 재개됐지만 여전히 결항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

김해공항은 이날 국제·국내선 총 215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김해 공항 도착 예정이던 필리핀 발 진에어 LJ032편은 인천공항으로 향해야 했다. 대만발 제주항공 7C2654편은 김포공항으로 회항했다 김해공항을 오가기를 반복했다. 결국 항공기는 김포공항에 착륙했고, 항공사는 승객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부산으로 이동시켰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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