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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는 광고 '물' 빼기 중...선글라스・양성평등 자켓도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노션이 만든 사어비 폭력 백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진 이노션]

이노션이 만든 사어비 폭력 백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진 이노션]

“끝까지 계속 괴롭혀줄게.”
“얼굴 뭉개질 때까지 때려줘야지.”
“나대지 마라. 이제 스트레스가 풀린다.”

사이버 폭력 백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실행하자 학교 폭력 가해자의 폭언과 욕설 등이 담긴 모바일 메신저가 화면에 뜬다. 애플리케이션은 학부모와 교사에게 학교 폭력 실태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광고회사 이노션이 만들었다. 이노션은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와 함께 이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광고회사에서 광고’물’을 빼라.”

최근 광고회사에 던져진 미션이다. 유튜브와 가상현실 등 새로운 미디어가 주류를 이루면서 신문·방송 등 기존 미디어 광고의 틀이 깨지고 있다. 일종의 갈라파고스 탈출기다. 광고'물'을 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이 대표 사례다.

이노션이 만들고 있는 스마트 드라이빙 선글라스. 졸음운전 방지 지원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사진 이노션]

이노션이 만들고 있는 스마트 드라이빙 선글라스. 졸음운전 방지 지원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사진 이노션]

# 광고회사 이노션은 지난해 CES에서 ‘스마트 드라이빙 선글라스’를 공개했다. 드라이빙 선글라스는 운전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선글라스 다리로 교체할 수 있다. 졸음운전 방지 지원, 위험 운전 방지 지원, 청각장애 및 난청 운전자 위험 소리 지원 등 3가지 종류로 나뉜다. 이노션은 내년 초 선글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회사 정관까지 변경해 사업 목적에 ‘제조업’을 추가했다.

# 제일기획은 지난해 전 직원을 상대로 한 발명생활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 공모전에는 412건의 발명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직전에는 소화 약제가 들어있는 꽃병 소화기를 기획해 삼성화재와 함께 제작∙배포했다. 가정 내 화재 발생 시에 소화기 위치를 기억 못 하거나 사용법을 몰라 초기 진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 꽃병 소화기를 담은 광고는 올해 칸 광고제에서 브론즈 라이언상을 수상했다.

양성평등 콘텐트를 담은 유아용 의류. 원하는 색깔을 택해 뒤집어 입을 수 있다. [사진 이노션]

양성평등 콘텐트를 담은 유아용 의류. 원하는 색깔을 택해 뒤집어 입을 수 있다. [사진 이노션]

광고회사의 영역은 나날이 넓어지고 있다. “저런 것도 광고회사가 만드나”라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이노션은 폴가베와 손잡고 양성평등 유아용 의류를 제작해 지난 19일 내놨다. 분홍색과 파란색 중 원하는 색깔을 택해 뒤집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이성에 대한 사고가 형성되는 3~5세 영유아가 대상이다. 김기영 이노션 제작2센터장은  “아이에게 건강한 젠더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전시장과 홍보 부스도 광고회사를 거친다. 제일기획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올해 CES 전시장 등의 콘텐트와 디자인을 담당했다. 전시 마케팅 등이 광고회사 본업으로 자리 잡으며 건축학과와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직원 입사도 늘고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전통적인 신문 및 방송 광고는 전체 매출의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고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전통적인 광고 분야 뿐만이 아니라 체험 마케팅이나 뉴미디어로 광고 영역도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제일기획과 삼성화재가 기획한 투척식 꽃병소화기. [사진 제일기획]

제일기획과 삼성화재가 기획한 투척식 꽃병소화기. [사진 제일기획]

카메라와 동작 인식 센서를 활용한 증강현실 콘텐트 광고도 등장하고 있다. 이노션이 올해 7월 신세계센트럴시티에서 선보이고 있는 광고판은 길거리 사용 위치를 인식해 대표 관광지를 바꿔 표시한다. 제일기획도 지난달 1915년 일제가 강제 철거한 돈의문을 증강현실 기술로 복원해 공개했다. 제일기획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100여년간 돈의문의 복원을 가로막았던 현실적인 제약을 극복한 게 특징이다.

제일기획이 증강현실 기술로 복원한 돈의문 모습. [사진 제일기획]

제일기획이 증강현실 기술로 복원한 돈의문 모습. [사진 제일기획]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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