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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42조원' 스트라이프, 美 핀테크 공룡 '페이팔' 따라잡나

중앙일보

입력

스트라이프의 창업자 형제 패트릭 콜리슨과 존 콜리슨은 중 동생 존은 2017년 스냅챗 공동 창업자 에반 스피겔을 제치고 26세의 나이로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가 되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 로이터]

스트라이프의 창업자 형제 패트릭 콜리슨과 존 콜리슨은 중 동생 존은 2017년 스냅챗 공동 창업자 에반 스피겔을 제치고 26세의 나이로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가 되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 로이터]

아마존, 페이스북, 우버, 리프트, 에어비앤비, 트위터, 핀터레스트, 스포티파이, 킥스타터, 도어대시.
미국에서 성공한 정보기술(IT) 기업이라는 점 외에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스트라이프(Stripe)의 온라인·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사실이다.

올해 기업가치 50% 상승한 42조원 #서비스 9년만에 미국인 84% 사용 #스냅챗 제치고 최연소 억만장자 #공개된 소스코드 누구나 이용 가능 #

미국 온라인 결제 시장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아일랜드 소도시 출신 20대 형제가 2010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스트라이프는 무서운 속도로 ‘1세대 핀테크 공룡’인 페이팔(Paypal)을 바짝 뒤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스트라이프의 기업가치가 올해 50% 상승한 350억 달러(42조원)를 기록, 페이팔(110조원 가치)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트라이프 기업 가치.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스트라이프 기업 가치.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서비스를 시작한 지 9년밖에 안 됐지만, 미국 성인의 84%가 스트라이프를 통해 결제한 경험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덕분에 스트라이프는 2017년 이미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 달러 스타트업)을 달성했고, 현재 미국 비상장 핀테크 기업 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창업자 형제 패트릭 콜리슨과 존 콜리슨은 중 동생 존은 2017년 스냅챗 공동 창업자 에반 스피겔을 제치고 26세의 나이로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가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스트라이프의 성공 비결은 복잡한 온라인 결제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에 있다. 페이팔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혁신적인 기술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편의성이 개선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판매자는 자신의 온라인 쇼핑몰에 페이팔의 복잡한 시스템을 적용하느라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였고, 소비자는 페이팔 계정을 따로 만들어 온라인 결제 시마다 쇼핑몰 사이트와 페이팔 사이트를 오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콜리슨 형제는 “이건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결제하러 은행을 다녀오는 것과 마찬가지의 불편함”이라며 새로운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스트라이프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소스 코드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해 누구든 쉽게 이용하도록 했다. 고객은 자신의 사이트에 기재된 코드 일곱 줄만 복사해 붙여넣으면 스트라이프의 결제 시스템을 끌어다 쓸 수 있다. 고객들은 스트라이프의 기술 문서가 쉽고 명확하게 쓰였고,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지원되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비용도 저렴하다. 일반적인 미국 카드사의 수수료가 4~5%인데 스트라이프는 거래마다 2.9%에 30센트만 추가로 받는다. 게다가 환율 수수료, 해외 발급 카드 수수료 등 추가로 붙는 비용도 없다. 패트릭은 “우리는 고객들이 돈을 벌 때만 우리도 돈을 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다”며 “고객들이 많은 수수료를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스트라이프에 관심을 보인 것은 ‘페이팔 마피아(페이팔 창업으로 큰돈을 번 뒤 스타트업 투자와 재창업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였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 캐피탈 세콰이어캐피탈 등이 스트라이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했다.

스트라이프가 급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경쟁 세력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라이벌은 페이팔이 인수한 브레인트리(Braintree)다. 스트라이프처럼 간단한 결제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레인트리는 페이팔의 막강한 재정 지원을 등에 업고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등을 고객사로 흡수하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페이팔을 추격하는 한편 브레인트리를 따돌리기 위해 온라인 결제와 관련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례로 ‘레이다’는 머신러닝 방식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결제 패턴을 파악, 훔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사기 행위를 감지한다. 또 ‘아틀라스’는 500달러만 내면 미국 밖에서도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은행 계좌와 세금 및 법률문제를 대신 처리해주는 것이다.

스트라이프는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겠다는 목표로 스타트업 위주인 고객사의 범위를 더욱 확장해 유수의 대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콜리슨 형제는 “당분간 기본에 충실할 것”이라며 스트라이프의 IPO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 20대에 억만장자 된 콜리슨 형제  

 패트릭과 존 콜리슨 형제는 아일랜드 소도시 출신으로 미국에서 22살, 20살의 나이로 창업을 시작했다. [사진 로이터]

패트릭과 존 콜리슨 형제는 아일랜드 소도시 출신으로 미국에서 22살, 20살의 나이로 창업을 시작했다. [사진 로이터]

콜리슨 형제는 아일랜드 중서부의 소도시 리머릭에서 태어나 주민 100여 명의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어머니는 미생물학을 공부해 과학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긴 했지만, 이들은 작은 호텔을 운영하는 등 자영업을 하며 과학과 무관하게 아이들을 키웠다. 패트릭은 “부모님이 작은 사업을 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사업이 아주 일반적인 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삼 형제 중 첫째인 패트릭은 어릴 때부터 천재적 재능을 보였다. 열 살 때부터 대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16세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해 아일랜드에서 ‘올해의 젊은 과학자’로 선정됐고, 이듬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진학했다. 둘째인 패트릭도 아일랜드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최고점을 기록해 16세에 고교 과정을 마친 뒤 하버드대에 진학했다.

콜리슨 형제는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주말에도 개인 교사를 고용해 법과 물리학 등을 공부하고, 책을 읽는다. 이제 막 서른한 살이 된 패트릭은 “시간이 많다면 TV도 보면서 여유를 즐기겠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이제 50여년 남은 인생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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