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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 현장 혈액형 B형 아닌 O형···용의자와 일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모(56)씨가 2차 경찰 조사에서도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DNA 분석 정보 외에도 이씨가 사건 현장이 화성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을 확인하고 이씨의 범죄 입증에 주력 중이다. 과거 피해자의 유류품에서 나온 용의자의 혈액형이 B형으로 추정됐지만,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 O형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혈액형과 일치한다.

화성연쇄살인사건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20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8일에 이어 19일에도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로 형사와 프로파일러를 보내 그를 조사했다. 그러나 이씨는 1차 조사 때처럼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용의자 이씨, 경찰 1·2차 조사서 모두 혐의 부인

경찰 관계자는 "당시 현장 증거물 3건에서 이씨의 DNA가 검출됐다는 감정결과를 제시했지만, 이씨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20일에도 조사를 계속했다.

한국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30여년 만에 경찰이 확인했다. 사진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씨(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된 모습.[연합뉴스]

한국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30여년 만에 경찰이 확인했다. 사진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씨(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된 모습.[연합뉴스]

용의자 이씨, 화성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앞서 경찰은 7월 1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1986~1991년 화성시(당시 화성군)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의 현장증거물을 보내 DNA분석을 의뢰했다.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 살인 사건을 제외한 9차례 사건 중 5·7·9차 사건의 피해자 속옷 등 증거물에서 이씨의 DNA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보관하고 있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된 다른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 추가 DNA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씨의 본적지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로 확인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7건이 이 일대에서 발생했다. 이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결혼 전까지 살았다고 한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화성 연쇄살인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추정 혈액형 집착해 용의자 놓쳤나

당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혈액형과 이씨의 혈액형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4·5·9·10차 사건 범인의 정액과 혈흔·모발 등의 감정을 통해 용의자의 혈액형을 B형으로 추정했다. 당시 DNA분석기법이 발달하지 않아 혈청학적 방법으로 감정했는데, 그마저도 혈액이 아닌 감정물들이다.

그러나 이씨가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항소심 판결문엔 이씨의 혈액형이 O형으로 나오면서 "이씨는 용의자가 아닌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순수한 용의자의 DNA를 감정하는 과정에서 사건 당시 물품에서 채취된 성분의 혈액형이 O형으로 확인됐다.

국과수 관계자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의 감정물에서 오염되지 않는 순수한 용의자의 DNA를 분리했다"며 "용의자의 혈액형이 O형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수사 결과 이씨가 진범으로 지목된다면 결국 과거 수사관들이 초기 수사과정서 나온 용의자 혈액형 분석결과에 매몰돼 코앞에 사는 용의자를 33년간 잡지 못한 셈이 된다. 체성분이 오염이나 혼합됐을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19일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이씨를 지속해서 접견해 수사하는 한편,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한 나머지 증거물에서 이씨의 DNA가 추가 검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과거 기록 등도 다시 살펴보고 있다.

수원=최모란·김민욱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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