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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게 낫다" 두테르테 협박 통했나…흉악범 1025명 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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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뉴시스]

"자수 안 한 흉악범, 죽이는 게 낫다"

로그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협박이 통한 걸까. 모범수 감형법 적용을 받은 조기석방 흉악범 1914명 가운데 1025명이 자수했다. 조기 석방된 중범죄자에게 자수하라고 엄포를 놓은 지 보름 만이다.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8시20분까지 692명으로 집계됐던 자수자는 18일 오후 2시 27분 기준 1025명으로 급증했다. 17일 밤 두테르테 대통령이 "죽은 채로 체포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겠다"고 협박 수위를 높인 지 하루도 안 지나서다.

자수자 가운데는 1997년 필리핀 세부주에서 발생한 치옹씨 자매 납치·강간·살인죄로 복역하다가 모범수 감형법으로 조기 석방됐던 2명도 있다. 이들은 자수 기한인 19일을 몇 시간 남겨놓은 18일 밤 자수했다.

또 무죄 판결을 받거나 흉악범이 아니라서 가석방으로 풀려났는데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말에 위협을 느껴 자수한 사람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조기 석방된 흉악범들에게 자수하라 엄포를 놓은 건 지난 4일부터다. 2013년부터 시행된 모범수 감형법에 따라 조기 석방된 재소자 1만1000명 가운데 강간살인·마약 거래 등 중범죄자 1914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당국의 범죄자 관리·감독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동시에 조기 석방된 흉악범들에게는 "15일 안에 자수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효과가 미미하자 지난 15일 "기한 안에 자수하지 않으면 도피자로 간주해 산 채로 또는 죽은 채로 체포될 것"로 첫 번째 경고를 날렸다. 그는 1인당 100만 페소(약 2300만원) 현상금까지 걸었다.

첫 번째 협박 효과로 자수 경고 열흘 만에 약 505명이 자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수 기한인 19일을 이틀 남겨 놓은 시점에 다시 한 번 경고했다. 두 번째 협박은 수위를 높였다. 그는 경찰에 "기한 내 자수하지 않은 흉악범은 죽은 채로 또는 산 채로 체포하라. 죽은 채로 체포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겠다"면서 "그들을 감옥에 가두면 먹여줘야 하고 그러면 돈이 든다"고 압박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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