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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처럼 남친룩 입고 홍삼 한 번 빨아볼까

중앙일보

입력

인스타그램에 홍삼 자랑하는 1020

인스타그램에서 에브리타임을 검색하면 홍삼과 관련이 있는 게시물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인스타그램에서 에브리타임을 검색하면 홍삼과 관련이 있는 게시물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10대·20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홍삼이 의외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엔 이른바 ‘남친룩’을 입고 정관장 에브리타임 한 포를 뜯으면서 촬영한 ‘셀카’가 자주 등장한다. 에브리타임은 커피믹스 형태의 파우치(pouch·소형 주머니)에 홍삼농축액을 정제수에 담아낸 제품이다.

유아용 '홍이장군' 먹고 자란 1020 #인스타에 '한 포 했다' 인증 유행

KGC인삼공사가 지난해 대비 올해 연령대별 정관장 에브리타임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20대 이하 매출증가율(41.1%)이 전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1~8월 누계 기준). 지난해 대비 올해 증가율(15.5%)보다 20대 이하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15년 전 출시했던 홍삼 신제품도 이런 유행에 영향을 줬다. 그동안 홍삼은 건강식품 중에서도 고루한 이미지가 있었다. 60대 이상에게나 필요한 제품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15년전 출시한 ‘홍이장군’ 먹고 자란 세대  

분위기 변화는 2004년 KGC인삼공사가 ‘홍이장군’이라는 브랜드의 어린이용 홍삼 제품을 출시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홍삼을 접하며 자란 10대·20대는 홍삼에 거부감이 덜하다. 또 중·고등학교 시절 학생용 홍삼(아이패스)을 많이 먹고 자라 자연스럽게 홍삼 제품을 접할 수 있었다.

유통산업 측면에서는 온라인쇼핑채널(이커머스·헬스앤뷰티스토어)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정관장 공식매장이나 방문판매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또 주로 명절에만 효도상품의 일환으로 팔릴 뿐 평소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는 적었다.

하지만 요즘엔 젊은 층도 손쉽게 온라인에서 손쉽게 홍삼을 구입할 수 있다. 이제 특정 홍삼 제품은 소셜커머스 전용 제품으로 나올 정도다. 10대·20대가 애용하는 올리브영·롭스·랄라블라 등 헬스앤뷰티 전문 매장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젊은 세대가 건강식품을 부담없이 사는 환경을 조성했다.

‘꾸안꾸’ 소품 홍삼…1020 판매량 41% ↑

스틱형 홍삼 제품을 섭취하고 있는 배우 정해인 씨. [사진 KGC인삼공사]

스틱형 홍삼 제품을 섭취하고 있는 배우 정해인 씨. [사진 KGC인삼공사]

최근 20대의 인스타그램엔 소품으로 무심하게 늘어놓은 홍삼이 자주 등장한다. 정관장이 지난해 배우 정해인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이런 장면이 특히 많아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해인은 30대이지만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이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에 출연하면서 20대 이하에게도 인지도가 높다.

배우 정해인 씨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정관장 에브리타임을 섭취하고 있다. [사진 KGC인삼공사]

배우 정해인 씨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정관장 에브리타임을 섭취하고 있다. [사진 KGC인삼공사]

요즘 중·고등학생은 투영하고 싶은 이미지와도 무관치 않다. 이들은 공부도 곧잘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오늘아놈(‘오, 좀 놀 줄 아는 놈’을 줄여서 칭하는 약자)’으로 보이기를 원한다. 이런 문화에서 공부와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스라밸(스터디앤라이프밸런스·study & life balance)’ 취향을 보여주는 소품으로 SNS에서 홍삼 스틱이 자주 활용된다. 밤새 공부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교재 속에 홍삼 한 포를 배치하는 식이다. ‘오늘도 나를 위해 홍삼 한 포’와 같은 글 때문에 홍삼 사진의 ‘항마력(손발이 오그라드는 글을 보고 버티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프로농구 안양KGC-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KGC 마스코트 홍이장군이 치어리더와 춤을 추고 있다. [사진 KGC인삼공사]

프로농구 안양KGC-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KGC 마스코트 홍이장군이 치어리더와 춤을 추고 있다. [사진 KGC인삼공사]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홍삼 모델은 최불암·이영하 등 중장년 남성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KGC인삼공사는 정해인과 함께 김지원·박은빈 씨 등 90년대생을 모델로 활용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젊어졌다. 동년배들이 홍삼 한 포 하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업로드하는 걸 어색해하지 않는 배경으로 꼽힌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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