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태영호 “北, 권력이 3세대로 넘어오면 홍콩처럼 거리로 나설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홈페이지 캡처. 중앙포토]

[사진 홈페이지 캡처. 중앙포토]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굉장히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다.

“김정은, 핵보유국 지위 원해…트럼프는 ‘위험한 게임’ 중”

태 전 공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3차례 만났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트럼프는 북한의 핵을 막기 위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김정은은 꽤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첫째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자주 강조해온 군사 옵션을 피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도 막았다. 또 이런 회담 덕에 북한에서 정통성과 절대적 통치권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려고 지금까지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으로 날아갔다.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이 작은 나라의 지도자를 만나기 위해 그렇게 먼 거리를 여행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은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 이것이 일단 증명되면, 미국은 추가 경제 제재를 함으로써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핵보유국 지위를 원한다”고 답했따.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과정을 통해 30대 김정은은 갑자기 자신의 지위를 주요 인물인 트럼프,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급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북한, 뼈는 사회주의지만 살은 자본주의”

태 전 공사는 물질주의가 언젠가는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뼈는 사회주의 구조를 갖고 있지만 살은 이미 자본주의로 변했다. 암시장이나 자유시장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밀레니엄 세대에 대해 “공산·사회주의 문화 콘텐츠에는 관심 없고, 미국·한국의 영화·드라마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그들의 시선은 이념이 아니라 물질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내부로부터의 변화, 현재로선 안돼”

그는 북한 젊은 세대의 언어가 바뀌고 있다면서 “내가 어릴 적엔 여자를 만났을 때도 서로 ‘동무’라고 불렀지만, 지금 북한의 젊은 세대는 한국처럼 ‘오빠’란 말을 쓴다”며 “문자를 보낼 때도 한국식 표현을 쓰고, 옷 입는 것도 한국식이다. 젊은 여성들은 좋은 브랜드의 핸드백을 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북한 내부로부터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엔 “현재로선 안 된다”고 답했다. 옛 소련이 붕괴된 것도 ‘3세대’ 지도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집권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중국의 시진핑은 ‘2세대’이지만 홍콩 시위대는 ‘3세대’다. (홍콩 시위는) 이념 대결인 동시에 세대 간 대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북한 지도부 중엔 김정은이 유일한 30대이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60대 후반 이상이다. 권력이 여전히 무자비한 2세대의 손에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3세대)는 (변화를 요구하면) 즉각 탄압될 것을 안다”며 “그러나 10~20년 후 (북한의) 권력이 3세대로 넘어온다면 사람들은 용감하게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3세대 지도자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혁을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선 “없다”고 일축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이 개혁을 수용할 가능성을 묻자 그는 “김씨 일가는 왕조가 이어지기를 원한다. 북한의 최종적인 변화는 김씨 왕조의 붕괴”라고 주장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