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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 소문났죠” 20만 관광객 몰리는 화성 어촌마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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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기도 화성시 백미리 에서 관광객들이 조개를 캐 고 있다. [사진 백미리어촌계]

경기도 화성시 백미리 에서 관광객들이 조개를 캐 고 있다. [사진 백미리어촌계]

18일 오전 9시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어촌계(협동조합) 사무실. 벽에 걸린 ‘9월 중 행사 및 계획표’엔 빈 공간이 거의 없었다. 초등학교·어린이집·교회 등의 방문 스케줄이 빼곡하다. 조개캐기·낚시·카약타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이용하러 오는 손님들이다. 이날도 항구의 주차장으로 전세 버스 서너 대가 잇따라 들어왔다.

‘사회적 경제’로 활기 찾은 농어촌 #마을자원 활용 체험프로그램 개발 #소득 늘어나니 주민 수 5배로 증가 #하동 산골선 이유식으로 60억 매출

김호연(56) 백미리 어촌계장은 “주말에만 1000~2000명, 평일에 200~300명이 찾아온다”며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하루 700명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미리는 화성시 끝자락에 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작은 길을 200m쯤 따라 들어가야 나오는 작은 농어촌마을이다. 하지만 지역에선 ‘부자동네’로 꼽힌다. 매년 2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체험 관광으로 연간 20억원을 번다. 수산물 가공공장 소득까지 더하면 가구당 평균 수입이 50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2008년 100여명이던 마을 주민도 480여명으로 늘었다.

이 동네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 것은 2007년 행정안전부 정보화마을과 국토교통부 어촌체험마을에 선정되면서다. 그 전까지만 해도 백미리는 주민 대부분이 바다보다 농사에 신경을 더 썼다고 한다. 수중사진을 찍기 위해 국내외 해안가를 다니던 김 어촌계장의 눈에 백미리 바다가 들어왔다. 무인도와 갯벌, 바닷속 풍경 등 여느 관광지 못지않았다. 그는 주민들을 설득해 행안부·국토부 사업에 지원, 선정됐다. 이후 갯벌과 바지락·굴·낙지·망둥어 등 마을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경남 하동의 이유식 사업 ‘에코맘’ 조리 공방. [중앙포토]

경남 하동의 이유식 사업 ‘에코맘’ 조리 공방. [중앙포토]

경남 하동의 이유식 사업인 ‘에코맘’도 성공 사례다. 2012년 하동의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해 지금은 43명의 직원이 연 6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에코맘 덕분에 지역 내 유기농작물 재배도 증가했다. 지역 청년기업 10개와 협업한다. 인천공항 면세점,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등 대형 유통망에 진출했다.

백미리의 협동조합과 에코맘 같은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 경제 박람회’에서 “지역기반·민간주도·정부 뒷받침의 원칙 아래에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 경제의 기반이 미흡하다. 정부는 우수한 사회적 경제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기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팔을 걷어붙였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부터 관련 부처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5~6월 지역을 순회하며 10회에 걸쳐 간담회를 열었다.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 종사자 경영·마케팅 등 실무교육을 강화한다. 대학과 연계해 전문인재 양성 교육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신용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 등을 활용해 특례보증·대출 등 금융 지원을 강화한다.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공공기관에 우선 판매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판로를 지원한다. 백미리 어촌계와 같이 사회적 경제 기업이 정부 사업에 참여하거나 시설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김학홍 행정안전부 지역혁신정책관은 “지역 현장에서 잘 집행되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자체와 지역의 기반을 구축하고 정책 역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화성=최모란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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