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는 기업들이 있다. 스위스 고급시계 제작사들이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FHS)에 따르면 지난 홍콩의 6월 스위스산 고급시계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8%나 줄었다. 홍콩의 주말 시위가 시작된 시점이다. 홍콩은 ‘명품’을 면세가격에 구입하려는 전세계 관광객들이 몰리는데 주말에 매출이 크게 오른다.
7월 통계에서 판매량 감소세는 조금 줄어들었지만(-1.3%) 8월 실적은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송환법 철회 이후에도 시위가 계속되면서 관광객이 줄었고, 주요 면세점들이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홍콩은 스위스 고급시계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지역이다. 7월에도 지역별 점유율은 13.5%로 가장 높았다.
스와치그룹·리슈몽그룹 등 스위스 시계산업 ‘큰 손’들은 홍콩의 정세 불안이 계속될 것을 걱정한다. 당장 판매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미·중 무역전쟁, 홍콩 시위, 브렉시트 등 세계 경제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재고 관리가 안 되고, ‘명품’으로서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2014년 중국의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으로 급락했던 홍콩 시계 판매량이 2016년엔 또 급등했는데, 이 과정에서 스위스 고급시계 업체들은 재고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했다. 재고 물량이 ‘그레이 마켓’으로 흘러들어 가치 하락을 우려한 시계업체들이 이를 되사느라 큰 비용을 지출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올해 스위스산 고급시계 판매량은 2% 늘었다. 블룸버그는 “불경기일수록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부유층이 귀금속과 시계 구입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