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강> ●서봉수 9단 ○궈신이 5단
4보(60~79)=백이 유리한 흐름으로 판이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도 서봉수 9단의 실수가 이어졌다. 백이 60으로 한 칸 뛰자 서봉수 9단은 61로 붙였는데 이는 보폭이 좁은 수였다. 여기에선 ‘참고도’ 흑1, 3으로 정리하고 우변의 수순을 이어갔다면 흑이 더욱 발 빠르게 행마할 수 있었다. 실전과 비교하면 흑의 움직임이 훨씬 경쾌하다.
하지만, 실전은 하변 백이 편안하게 정리되고, 78로 상변까지 붙여가면서 궈신이 5단이 반상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쯤에 도달하자 인공지능(AI) ‘릴라제로’는 백의 승률을 88%라고 내다봤는데, 역시 61이 돌이킬 수 없는 아쉬운 실수였던 셈이다. 이 한 수로 반상의 분위기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판이 여기까지 정리되자 서봉수 9단도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나 보다. 머리를 긁적이며 바둑판을 내려다보는 표정이 영 마땅치 않다. 하지만 여기에서 쉽게 허물어질 서봉수 9단이 아니다. ‘잡초 바둑’을 구사하는 서봉수 9단은 어떻게 이 위기를 타개할 것인가. 고개를 깊게 파묻은 그의 생각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