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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못 잡은 돼지열병…1억 마리 도살, 대륙 확산엔 넉 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ㆍAfrican swine fever)으로 비상이 걸렸다. 17일 경기도 파주시에 이어 18일엔 연천군에서도 ASF 발생이 확인됐다. 이웃 중국은 이미 1년 넘게 ASF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첫 ASF 확진이 나온 뒤 중국 전역으로 퍼지는 데는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 ASF로 죽거나 도살된 돼지 수가 1억 300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1년이 지나도록 중국은 ASF 확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네트워크인 웨이보(微博)에 ASF에 감염된 돼지의 사진도 다수 올라왔다. 귀ㆍ목ㆍ다리 등의 피부가 괴사하거나 고열로 장기가 부풀어오른 모습이다. 중국에선 ASF를 '돼지 콜레라'로 부른다.

지난 4일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돼지 피해 사진. [웨이보]

지난 4일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돼지 피해 사진. [웨이보]

中 돼지열병...4달 만에 중국 전역 확산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확인된 건 1년 1개월 전이다. 지난해 8월3일 한국과 가까운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시 농가의 돼지가 ASF 감염으로 확진됐다. 랴오닝성 축산당국은 즉각 반경 3㎞내 출입을 통제했다. 당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감염 농가는 한 곳 뿐이며, 이 곳에서 사육 중인 913마리의 돼지는 문제가 없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3일 중국 선양에서 최초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해 도로가 통제됐다. [신화통신=연합]

지난해 8월3일 중국 선양에서 최초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해 도로가 통제됐다. [신화통신=연합]

그러나 2주일 뒤 선양에서 남쪽으로 1300㎞ 떨어진 허난성 정저우(鄭州)시에서 또다시 ASF 감염 돼지가 발견됐다. 이후 한 달이 채 안 돼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중국 동북부 지역 5개 성으로 확산됐다. 이어 9월엔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중국 북부지역이, 10월엔 중부지역을 거쳐 12월2일 중국 최남단 광둥(廣東)성으로까지 피해가 급속도로 확대됐다.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 4개월만에 전역 확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 4개월만에 전역 확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결국 중국 정부는 올 2월 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이 폐사한 돼지의 병원체를 추출해 DNA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폴란드가 발표한 돼지열병 바이러스 타입II와 99.5% 이상 게놈상 동일성이 확인됐다. 중국 정부는 러시아, 불가리아, 일본 등 6개 국의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한 상태다.

中 ASF 감염 경로...차량이 46%로 가장 높아

중국 재경 신문에 게재된 ASF 폐사 돼지 처분 장면 [중국 재경신문]

중국 재경 신문에 게재된 ASF 폐사 돼지 처분 장면 [중국 재경신문]

중국 당국의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먼저 감염 경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감염 돼지를 실은 차량 이동으로 인한 감염이 전체 감염의 46%를 차지해 가장 빈번한 감염 경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 사료나 음식물로 인한 전염이 34%, 사람의 이동으로 인한 감염이 16% 등으로 조사됐다. 바이러스가 차량·음식물·사람을 통해 이동되는 만큼 결국 출입 통제가 관건인 것이다. 한국 정부가 참고해야할 대목이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국내 ASF 관련 상식이 틀린 경우도 있다. 국내에선 ASF에 걸린 경우 치사율은 100%라고 알려져있지만 중국에선 치사율이 40~85%로 보고됐다. 고병원성일 경우 90~100% 사망하지만 저병원성 ASF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폐사율은 10~30%에 그쳤다고 한다.

질병 발생시 돼지의 체온은 41도까지 상승하고 고열이 4일간 지속돼다 7일째 대체로 사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중국 역학당국은 설명했다. 잠복기는 5~9일이다. 돼지열병에 감염되면 돼지의 피부가 검게 변색되고 유두 등에서 출혈 증상도 나타난다고 전했다.

中 1억3700만 마리 폐사 추산...돼지고기값 13주째 올라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재경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중국 농업부 발표에서 중국 사육 돼지 수는 전년 대비 31.9%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년도 중국 돼지 사육 수 통계가 4억 3천만 마리인 점을 감안하면 약 1억3700만 마리가 감소한 것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차량,사람으로 인한 ASF 바이러스 감염에 철저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OIE]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차량,사람으로 인한 ASF 바이러스 감염에 철저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OIE]

중국 내 돼지고기 값도 비상이다.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9월1일까지 돼지 고기 평균 도매가는 1㎏당 34.59위안(약 5880원)으로 1주일 만에 8.9% 올랐고 13주째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ASF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World Organisation for Animal Health)은 확산 방지 행동 매뉴얼을 숙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핵심은 차량·농부·여행객 등이 누구도 모르는 사이 ASF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SF 바이러스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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