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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국회 찾아오자, 유성엽 “장관 내려놓길” 심상정 “자기 결단 요구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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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7일 국회를 방문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조 장관은 ’당 대표님께 많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7일 국회를 방문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조 장관은 ’당 대표님께 많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국회를 찾아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예방했다. 조 장관이 국회를 방문한 건 지난 6일 인사청문회 이후 11일 만이다.  그는 이날부터 19일까지 만남을 이어가지만 그의 임명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지도부와는 일정을 잡지 못했다.

이해찬 “개혁 경중·선후 잘 가려야” #한국·미래당과는 일정 못 잡아

조 장관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이었다. 이해찬 대표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조 장관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이 대표의 발언을 들었다. 이 대표는 “법무·검찰 개혁을 제도화하려고 하면 그동안 권력을 행사했던 쪽에서의 저항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런 점을 충분히 잘 설득하고 소통해서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 대부분이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바라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잘하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 대표의 발언 내내 아래를 응시한 채 고개를 수차례 끄덕였다. 이 대표가 “여러 개혁 사항이 많을 텐데 경중·선후·완급을 잘 가려서 국민만 바라보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 때는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이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지난 인사청문회 기간 이후에도 여러모로 국민 여러분과 당 대표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겸허한 자세로 공무에 임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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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는 18일로 예정된 검찰개혁 당정 협의와 관련된 내용 외에도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밝힌 ‘재산비례 벌금제’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재산비례 벌금제는 범죄 행위에 따른 벌금을 재산에 따라 차등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한 참석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산비례 벌금제의 경우 당 차원에서 입법화로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어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선 다소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 시대의 과제인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이번에 반드시 해야 하고, 그걸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조 장관”이라고 치켜세웠고, 조 장관은 “여러모로 부족하고 흠이 많은데도 검찰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라는 이유 때문에 무거운 중책을 맡기신 것 같다. 차례차례 완수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검찰개혁’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수첩을 열어 무언가를 적었다.

문희상 국회의장,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차례로 비공개 면담한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정의당을 찾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의당은 조 장관 임명 과정에서 고심이 컸다. 조 장관이 개혁의 동력이 될 땐 적극 응원하겠지만 개혁의 장애가 될 때는 가차없이 비판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개혁을 위해 과감한 자기 결단을 요구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정의당에서도 많은 우려와 비판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제가 임명된 이유를 매일 되새기고 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대안정치연대 대표를 맡은 유성엽 무소속 의원과도 만났다. 유 의원은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 시점에서 법무부가 검찰 공보준칙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우려의 뜻을 전했다. 유 의원은 “조 장관과 가족·친척·지인을 위해서라도 내려놓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 국민의 의견”이라며 ‘사퇴 의사’를 물었지만, 조 장관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말씀 새겨듣겠다”고만 했다. 유 의원과의 면담에서 조 장관의 수첩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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