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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엔 열리고 "사퇴" 쓴소리엔 열리지 않은 조국 수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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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국회를 찾아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예방했다. 조 장관이 국회를 방문한 건 지난 6일 인사청문회 이후 11일 만이다. 그는 이날부터 19일까지 만남을 이어가지만, 그의 임명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지도부와는 일정을 잡지 못했다.

與, 재산비례 벌금제 입법화 추진키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했다. 오종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했다. 오종택 기자

조 장관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이었다. 이해찬 대표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조 장관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이 대표의 발언을 들었다. 이 대표는 “법무·검찰 개혁을 제도화하려고 하면 그동안 권력을 행사했던 쪽에서의 저항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런 점을 충분히 잘 설득하고 소통해서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 대부분이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바라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잘하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 대표의 발언 내내 아래를 응시한 채 고개를 수차례 끄덕였다. 이 대표가 “여러 개혁 사항이 많을 텐데 경중·선후·완급을 잘 가려서 국민만 바라보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 때는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이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지난 인사청문회 기간 이후에도 여러모로 국민 여러분과 당 대표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겸허한 자세로 공무에 임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는 18일로 예정된 검찰개혁 당·정 협의와 관련된 내용 외에도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밝힌 ‘재산비례 벌금제’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재산비례 벌금제는 범죄 행위에 따른 벌금을 재산에 따라 차등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한 참석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산비례 벌금제의 경우 당 차원에서 입법화로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선 다소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 시대의 과제인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이번에 반드시 해야 하고, 그걸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조 장관”이라고 치켜세웠고, 조 장관은 “여러모로 부족하고 흠이 많은데도 검찰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라는 이유 때문에 무거운 중책을 맡기신 것 같다. 차례차례 완수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검찰개혁’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수첩을 열어 무언가를 적었다.

문희상 국회의장,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차례로 비공개 면담한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정의당을 찾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의당은 조 장관 임명 과정에서 고심이 컸다. 조 장관이 개혁의 동력이 될 땐 적극 응원하겠지만, 개혁의 장애가 될 때는 가차 없이 비판을 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개혁을 위해 과감한 자기 결단을 요구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정의당에서도 많은 우려와 비판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제가 임명된 이유를 매일 되새기고 있다”고 답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장관은 대안정치연대 대표를 맡은 유성엽 무소속 의원과도 만났다. 유 의원은 조 장관의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 시점에서 법무부가 검찰 공보준칙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우려의 뜻을 전했다. 유 의원은 “조 장관과 가족·친척·지인을 위해서라도 내려놓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것이 국민의 의견”이라며 ‘사퇴 의사’를 물었지만, 조 장관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말씀 새겨듣겠다”고만 했다. 유 의원과의 면담에서 조 장관의 수첩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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