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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대출 부메랑? 혼합형 대출금리 한달 새 0.2%p↑

중앙일보

입력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한달 사이 0.2%포인트 넘게 뛰었다. 사진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접수가 시작된 16일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한달 사이 0.2%포인트 넘게 뛰었다. 사진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접수가 시작된 16일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과 내년도 ‘초슈퍼예산’ 등 정부 정책의 부메랑 효과다.

17일 주요 시중은행은 일제히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전날보다 올렸다. 신한은행은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른 2.69~3.7%, 우리은행도 0.05%포인트 상승한 2.54~3.54%을 적용했다. KEB하나은행은 0.112% 인상한 2.58~3.88%로 조정했다.

은행의 혼합형 대출은 초기 5년간 고정금리이고 이후엔 변동금리로 바뀌는 상품이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혼합형 대출은 금융채 5년물 금리를 반영해 매일 금리를 조정한다(국민은행은 일주일 한번 변동). 혼합형 대출금리가 상승한 건 그만큼 금융채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채 금리는 연일 오름세다. 지난달 21일 1.31%으로 연중 최저점이었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7일엔 1.54%로 0.23%포인트나 뛰었다. 이에 연동해 혼합형 대출금리도 최근 한달 사이 전 은행에서 0.2%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최근의 금리의 상승은 한달 전만 해도 예상 못했던 일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금융채를 비롯한 채권금리는 지난달 중순까지 내리막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이 금리가 더 싼 혼합형 상품으로 몰리면서 전체 은행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혼합형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7월 47.6%에 달했다(한은 통계).

분위기가 달라진 건 채권시장의 수급 불안 때문이다. 공급 물량이 늘어날 거라는 부담감에 채권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한 것이다. 공급 확대를 야기하는 건 정부 정책이다.

‘최근 상승한 국고채 금리(3년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최근 상승한 국고채 금리(3년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달 21일 주택금융공사의 MBS 입찰 물량 중 절반이 넘는 6200억 원어치가 미매각됐다. 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국고채 금리가 장 막판 급등했다. MBS란 주택금융공사가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주금공이 총 20조원 규모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연말부터 MBS 물량이 쏟아질 거란 우려에 채권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여기에 29일 기획재정부가 내년에 60조2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채권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는 올해(33조8000억원)의 2배 가까운 규모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장금리 상승세가 추세적이진 않다고 본다. 경기가 둔화세인데다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적자국채 발행규모가 컸던 2015년에도 금리의 추세적 상승 전환은 없었다”며 “금리가 반등 후 재차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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