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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TV 분해한 LG, 취재진 200명 앞서 QLED 대놓고 공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 필름만으로 스스로 빛을 내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17일 오전 LG전자에서 차세대 TV 개발 업무를 책임지는 남호준 홈엔터테인먼트(HE) 연구소장(전무)가 직접 퀀텀닷(QD) 시트를 들어 보이며 한 말이다. 이날 LG전자는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2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을 모아놓고 TV 기술 설명회를 열었다. 남 전무가 든 QD시트는 삼성전자가 액정(LCD) 패널로 프리미엄 제품 QLED TV를 만들 때 액정(LCD) 패널과 백라이트 사이에 덧대는 필름이다. 애초엔 삼성전자 TV에서 QD시트를 뜯어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트를 직접 들어 보이는 선으로 '톤 다운'했다. 경쟁사 제품을 공격하기 위해 직접 기술 설명회까지 여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가 삼성 QLED TV에 적용된 퀀텀닷 시트를 들고 있다. 김영민 기자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가 삼성 QLED TV에 적용된 퀀텀닷 시트를 들고 있다. 김영민 기자

LG, 독일 이어 국내서도 삼성 향한 공세 높여 

LG전자는 이날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 이어 국내에서도 삼성 TV를 놓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삼성전자의 8K TV는 실제 8K 화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이며, 삼성 QLED TV는 자발광 소재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사용하지 않았으면서도 마치 OLED처럼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LG전자의 입장이다.

시트를 직접 뜯어내진 않았지만, LG는 이날 삼성 QLED TV를 분해한 상태로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백라이트(BLU)가 빛을 내는 가운데, LCD 패널이 이 빛을 받아들여 화면을 내보내는 삼성 QLED TV의 작동 과정을 실제로 보여줬다.

백라이트가 필요없이 패널만 있으면 화면을 내보낼 수 있는 LG의 OLED TV(왼쪽), 백라이트가 빛을 내면 LCD 패널이 이를 받아들여 화면을 내보내는 삼성 QLED TV. 김영민 기자

백라이트가 필요없이 패널만 있으면 화면을 내보낼 수 있는 LG의 OLED TV(왼쪽), 백라이트가 빛을 내면 LCD 패널이 이를 받아들여 화면을 내보내는 삼성 QLED TV. 김영민 기자

삼성 TV 옆에는 소자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LG ‘올레드 TV’를 배치해 취재진이 직접 비교하게끔 했다.

8K TV에 대해선 “물리적 기준(화소 수)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화질 기준까지 맞춰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LG전자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함께 참여한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정한 8K 화질선명도(CM) 값 기준(50% 이상)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내놓은 8K TV는 CM 값이 12~18%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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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소 수 맞췄다고 8K라 주장해선 안 돼”

백선필 LG전자 TV상품전략팀장은 “LG의 추론이지만, 삼성이 쓰는 LCD 패널이 시야각 측면에서 OLED 패널 대비 불리하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는 과정에서 CM 값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라이트가 필요한 QLED의 단점을 겨냥한 발언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참석한 기자들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를 비교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참석한 기자들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를 비교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가 최근 공격적으로 삼성전자 8K TV를 공격하고 나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첫 번째론 기술적으로 앞서있다고 그간 자존심을 세웠지만 삼성이 QLED를 앞세워 최근 TV 시장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31.5%(IHS마킷 기준)까지 증가했다. 또 저가 TV 시장에선 중국이 시장을 잠식하고 나선 상황에서 초고가·초고급 시장인 8K TV는 후발주자로 삼성 대비 늦게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정석 LG전자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상무는 “화질 선명도가 50%는 넘어야 사람이 눈으로 직접 봤을 때 인접한 화소들을 구분할 수 있는 진정한 8K”라며 “소비자가 제조업체 대비 기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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