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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명령 15일엔 검찰개혁 16일엔 민생…추석 민심에 민주당의 ‘탈조국’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공수처 신설을 비롯한 검찰개혁·사법개혁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완수하라는 촛불 시민의 명령은 여전하다.”(15일 추석민심 간담회)

“(민생 현안에서) 성과를 만드는 생산적 국회가 되라는 것이 추석 연휴 동안 국민에게 확인한 준엄한 명령이었다.”(16일 최고위원회의)

지난 15일 추석민심 기자간담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추석민심 기자간담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이틀 추석 민심과 관련해 ‘명령’이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했지만 그 의미는 판이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던 15일엔 국민의 ‘명령’을 검찰개혁으로 해석한 반면 16일엔 ‘명령’을 민생 법안으로 풀었다. 15일 간담회에선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당·정은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적 완성을 위해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공보준칙 강화’ 등 당장 추진 가능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등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선 공개적으로 ‘피의사실공표’나 ‘논두렁 시계’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다.

연휴 직후 이틀간 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준 온도 변화는 ‘조국 사태’로 갈라진 민심이 빚은 딜레마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 사태 이후 국면을 두고 “이슈 전환이 필요하다”(수도권 초선)는 목소리와 “조국발(發) 검찰개혁에 힘을 모아야 한다”(전남지역 원외 지역위원장)는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역의원을 포함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민주당 총선 도전 희망자들이 읽은 추석 민심의 편차가 지역별로 현격하기 때문이다.

경기 동부 등 수도권 박빙 지역과 충청권 전반, 그리고 부산·경남 지역의 의원 및 지역위원장들에게 ‘이슈 전환’은 절박한 문제다. 충청 지역구의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가감 없이 터져 나오게 된 게 지난 설과는 다른 양상이었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초선의원의 반응도 비슷했다. 그는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20대 등에서 부동층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라며 “조국 이슈가 장기화되는 게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이날 김해영(부산 연제) 최고위원이 “지금 국회는 여야 간 생산적인 토론은 없고 진영대결만 남았다. 그 밑바탕에는 ‘우리가 절대 선이다. 너희는 악이다’라는 인식이 깔린 것 같다”며 자기반성에 나선 것도 ‘탈조국’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부산 지역구의 한 의원은 “조국 이야기를 해서 득될 게 없는 상황”이라며 “김해영 의원이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지역 출마 희망자들의 표정은 달랐다. ‘조국 임명 찬성’이 여론이 72.5%(지난 11일 SBS-칸타코리아 조사)에 달한 분위기를 그대로 느꼈기 때문이다. 한 전남 지역의 원외 지역위원장은 “조국 사수 여론이 본선은 물론 경선에서도 친문재인 그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조국 장관이 희생되면 대통령이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에 대한 걱정이 크게 증폭된 상태”라고 전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탈(脫)조국’ 시도가 여당이 마음 먹는 대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조 장관은 이슈를 계속 만들고 야당 대표가 삭발까지 하는데 우리가 이슈 전환을 시도한다고 해서 전선이 바뀔 수 있겠느냐”며 “조국 발 검찰개혁이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도우면서 임명의 명분을 사후에라도 회복해 가는 게 현실적인 길”이라고 말했다.

여론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부산과 대구 지역구 의원들은 자구책을 찾아 나서고 있다. 부산지역 의원들은 김영춘(부산 진갑) 의원이 이끄는 오륙도연구소를 중심으로 ▶부산 신공항 ▶전철 지하화 ▶스마트 항만 건설 등의 정책을 생산·홍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 부산지역 의원은 “조국 임명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크지만 이슈 자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권자가 더 많다”며 “지역 정책 현안들을 진정성 있게 풀어나가다 보면 (조국)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북을 지역구의 홍의락 의원은 “조국 장관과 관련해 ‘왜 그렇게까지 (임명)해야 되느냐’는 여론이 크긴 하지만 여당에 대한 기대가 컸던 부산처럼 지지율이 요동치는 상황은 아니다”며 “총선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지역에서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장혁·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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