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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국 "한국, 중동에 원전 40기 같이 짓자" 파격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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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판 마셜플랜’ 한국에 손 내민 미국

아랍에미레이트(UAE)에 한국 기술로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 아부다비 = 문희철 기자

아랍에미레이트(UAE)에 한국 기술로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 아부다비 = 문희철 기자

미국이 원자력발전소(원전) 40기를 건설하는 중동판 '마셜플랜' 시장을 함께 공략하자고 한국에 제안했다. 중동에서 러시아·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한국의 우수한 원전 기술력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 “미 에너지정책 거물 #백악관 시그널 받고 6월 방한” #한·미 관계자 공동추진 방안 논의 #업계 “한국 100년 먹여살릴 기회”

중앙일보는 1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레이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24회 세계에너지총회에서 복수의 유력한 에너지 업계 고위 관계자와 회동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로버트 맥팔레인 미국 워싱턴근동(近東)정책연구소 자문위원 겸 세계안보분석연구소 회장을 비롯한 5명의 미국 관계자가 지난 6월 중순 방한해 국내 원전 산업 고위 관계자와 접촉했다.

한국에 ‘원전 컨소시엄’을 제안하기 위해서 지난 6월 중순 방한한 국제평화전력번영 방문단. 가운데 앉아있는 사람이 로버트 맥팔레인 장군이다. 아부다비 = 문희철 기자.

한국에 ‘원전 컨소시엄’을 제안하기 위해서 지난 6월 중순 방한한 국제평화전력번영 방문단. 가운데 앉아있는 사람이 로버트 맥팔레인 장군이다. 아부다비 = 문희철 기자.

당시 로버트 회장 등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중동판 마셜플랜’ 때문이라는 것이 아부다비에서 만난 에너지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동판 마셜플랜은 중동 지역에 40여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서 경제 부흥을 이끌겠다는 미국의 프로젝트다. 특히 소식통은 “미국 백악관 최고위층(top level)의 시그널에 따라 로버트 회장이 방한한 것으로 안다”며 “이 시점을 전후해서 한국 정부 관계자도 워싱턴에서 컨소시엄 구성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UAE에서 원전 4기를 짓는데 주계약 규모(정비사업 등 제외)가 244억달러(약 28조원)였으니, 비슷한 건설비용이 든다고 가정할 때 40기면 2440억달러(약 28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백악관 톱레벨 시그널”

미국이 원전 수출 시장에서 한국에 손을 내민 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상용 원전 수주전에서 입수한 정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8GW(기가와트)급 원전 2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5개 예비사업자(한국·미국·프랑스·중국·러시아)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술평가’ 부문에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국제 정세 변화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장에라도 수 개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일제히 추진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국가는 전 세계에서 5개뿐이다. 이 중에서 미국과 경제·군사적으로 밀접하게 엮여있으면서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원전 기술을 갖춘 곳은 한국밖에 없다.

한국 기업 컨소시엄 '팀코리아'는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원전 4기를 건설하고 있다. 아부다비 = 문희철 기자.

한국 기업 컨소시엄 '팀코리아'는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원전 4기를 건설하고 있다. 아부다비 = 문희철 기자.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업계 최고경영자(CEO)는 “국제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과 미국이 지금 손을 잡으면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을 사실상 과점할 기회가 열린다”며 “비록 한국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이념 때문에 소극적으로 검토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양국이 적극적으로 불씨를 살리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아부다비 = 채인택·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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