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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치지 말라"“It’s my style" 강경화·김현종 영어싸움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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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에티오피아 정상회담 전 통화하고 있다. 그 앞은 강경화 외교장관. [연합뉴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에티오피아 정상회담 전 통화하고 있다. 그 앞은 강경화 외교장관.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영어로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고 16일 사실상 인정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통령 순방 때 김 차장과 다툰 적 있냐. 말미엔 영어로 싸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고 묻자 강 장관은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과 김 차장 사이 언쟁은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 때 벌어졌다고 한다. 사건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대신해 순방 일정을 진두지휘한 김 차장이 외교부가 작성한 문건의 수준을 지적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이 외교부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이자 강 장관이 “우리 직원들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우리말로 하다 막판엔 둘 다 영어로 다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 차장이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란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이 김 차장과 갈등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인정한 것을 두고 외교가에선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만큼 아직도 둘 사이 감정의 골이 깊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김 차장이 외교부 업무에 개입하는 일이 잦아지며 둘의 갈등의 소지가 더 커졌다는 후문이다. 지난 7월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방한했을 때 김 차장이 스틸웰 차관보와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한 것을 두고도 강 장관이 불쾌함을 느꼈다고 한다. 정진석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 차장 성격이 독특하다 보니 외교부 직원들이 그를 보는 분위기가 나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선 강 장관이 김 차장에 대한 감정의 앙금을 드러낸 것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정 의원이 “요즘 외교부 외교관들 사이에서 강 장관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왜인 줄 아느냐? 후임 장관으로 김 차장이 올까 봐 그런다고 한다”고 말하자, 강 장관은 웃었다.

정 의원은 이어 “김 차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을 했었고, 그 이후에 대기업에서 취직한 것 같은데 그 대기업(삼성전자) 쪽 얘기가 별로 안 좋다. 김 차장이 거기서 좀 사고를 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김 차장이) 여러모로 국가이익을 수호해야 할 고위공직자의 자격이 있는 인물인지 매우 의문”이라고도 했다. 정 의원이 “특별히 할 말 있느냐”고 묻자 강 장관은 “동료 고위공직자에 대해서 제가 공식적으로 말씀을 드리는 것이…”이라고 답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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