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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유정측 '조리돌림' 현장검증도 자청…진흙탕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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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 측 “고육지책”…16일 3차 공판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2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2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과 언론의 지적에도 감형을 받기 위해 몸부림만 친다면 오히려 (고유정 측에) 독이 될 것입니다.”
고유정(36)에게 살해된 전남편 강모(36)씨 측 변호인인 강문혁 변호사는 10일 향후 재판 전망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3차 공판은 추석 연휴 직후인 오는 16일 열린다.

전 남편 변호인 “시간끌기…중형선고될 것” #고유정, 전남편·현남편 변태성욕 강조 #현장검증 요청에…증거 막무가내 부인

강 변호사는 “고유정 측이 무난하게 재판을 진행해서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판을 바꿔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했다. 고유정 측이 두 차례 공판을 통해 전남편과 현 남편의 성욕을 싸잡아 비판하는가 하면 경찰이 ‘조리돌림’이라며 생략한 현장검증까지 자청하고 나서서다.

앞서 고유정 측 남모 변호사는 지난달 12일 첫 공판에서 “숨진 강씨는 아들과 면접교섭이 이뤄지는 동안 스킨십을 유도했다”며 “(살해된) 펜션으로 들어간 뒤에도 싱크대에 있던 피고인에게 다가가 갑자기 몸을 만지는 등 성폭행을 하려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피해자인 전남편이 성폭행하려 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변론을 한 것이다.

당시 남 변호사는 “피고인은 6년의 연애 기간 내내 순결을 지켰다. 혼전순결을 지켜준 남편이 고마워 성관계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며 “변태적인 성관계 요구에도 사회생활을 하는 전남편을 배려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경찰에 붙잡힐 당시 모습. [중앙포토]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경찰에 붙잡힐 당시 모습. [중앙포토]

고유정, 전남편·현 남편 때리기 의도는? 

고유정 측은 현 남편과의 성 문제도 언급했다. 남 변호사는 “피고인이 범행 전 인터넷에서 ‘수갑’을 검색한 것은 피고인의 현 남편도 성적 에너지가 많아서”라며 “(현 남편이) 색다른 시도를 해보자고 해서 검색을 해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계획범죄의 증거로 내세운 인터넷 검색 내용과 전남편 살해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변론이다.

현 남편 A씨(37)는 반발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수갑 검색에 대한 해명은) 전남편분과 저를 굉장히 과한 성욕자로 몰고 가시고 있다”며 “저와 고인의 명예가 굉장히 실추되었다”고 반박했다.

고유정 측이 2차 공판에서 현장검증을 요청하고 나선 것도 전남편 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검거 직후가 아닌 재판 과정에서 현장검증을 요구한 것은 전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돼서다. 남 변호사는 지난 2일 공판에서 “현장검증을 하면 당시 펜션에 남은 혈흔과 매치되는 사실적인 것(우발적 범행)들이 입증 가능하다고 본다”며 “현장검증을 하길 원한다”고 했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달 12일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달 12일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리돌림” 경찰 생략한 현장검증 자청도

검찰은 고유정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피고인이 수사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범행 현장을 언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신청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현장조사 필요성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명령했다. 현장검증의 필요성이 입증돼야 현장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범죄입증에 필요한 DNA,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다고 보고 현장검증을 하지 않았다. 또 지난 6월 20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해명 글을 통해서는 “피의자가 범행 동기를 일관되게 허위로 진술하고 있고,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현장검증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는 제주동부경찰서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해명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조리돌림이란 죄를 지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마을 곳곳을 끌고 돌아다니면서 망신을 주는 일을 말한다.

이에 대해 전남편 측 강 변호사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제외됐던 현장검증을 오히려 피고인이 요구하고, 증거를 부인하고 이에 대한 증인 신청을 이어가는 것은 재판을 장기화하려는 전략”이라며 “여론의 관심을 줄여 감형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의붓아들 사망을 놓고 고유정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전남편 A씨와 고유정의 주변 인물 관계도. [중앙포토]

의붓아들 사망을 놓고 고유정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전남편 A씨와 고유정의 주변 인물 관계도. [중앙포토]

시간 끌기? 현남편의 전처 가족까지 증인신청

고유정 측이 이 사건과 무관한 현 남편의 전처 가족까지 증인신청을 한 것도 전남편 측이 진흙탕 전략으로 꼽는 부분이다. 고유정에게 불리한 주장을 해온 현 남편 측에 대한 공세를 통해 피고인이 현 남편에게도 피해를 봤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어서다. 앞서 고유정 측은 지난 2일 “전남편 살해 당시 피고인(고유정)의 심리상태를 알기 위해선 자살한 현 남편의 전처가 사망에 이른 경위를 들어봐야 한다”며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현 남편 A씨의 전처 가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현 남편의 전처 가족은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점에서 증인 채택 가능성은 작게 점쳐지고 있다. 앞서 고유정은 의붓아들이자 현 남편의 아들인 B군(5)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용의자로 지목한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고유정이 아들을 죽인 것 같다”며 A씨가 자신을 고소하자 맞대응한 것이다.

“고유정, 해도 너무한다”…올해 1심 선고

강 변호사는 “일반 폭행·강도 사건이면 법정에서 이런 변론을 폈을 때 오히려 중형이 선고될 수 있는데도 되레 고육지책(苦肉之策)을 펴고 있다”며 “지난 재판과정에서 ‘피고인 측의 대응이 해도 너무하다’는 국민과 언론의 지적이 많은 만큼 이런 변론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서는 고유정 1심 판결이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소 후 6개월 안에 재판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에서 빠르면 11월이나 늦어도 12월에는 1심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1일 살인 및 사체훼손·은닉 혐의로 고유정을 기소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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