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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수 브랜드]④ 하루 80만개 팔리는 바나나맛우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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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수 브랜드 ④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온탕에 들어가 100을 세면 사줄게". 80년대 엄마 아빠는 꼭 이런 말로 때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설득했다. [사진 빙그레]

"온탕에 들어가 100을 세면 사줄게". 80년대 엄마 아빠는 꼭 이런 말로 때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설득했다. [사진 빙그레]

 “1주일에 한 번, 뜨거운 탕에 들어가 꾹 참으면 상으로 받는 달콤한 맛”

"때밀면 엄마가 사주는 고급우유" #74년 우유 소비 장려 위해 개발 #하루 80만개, 연 2000억 매출 #달항아리모양 용기는 '신의 한수'

빙그레 ‘바나나맛우유’가 45년간 버틴 힘이다. 새로운 맛에 대한 열광 속에서도 유년 시절 좋은 기억과 자동으로 연결되는 브랜드 이미지는 큰 자산이다.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는 현재도 하루 평균 80만개씩 팔린다. 연간 매출 2000억원(2018년 기준)어치 올리는 메가 히트 제품이다. 최근에는 눈길 끄는 마케팅으로 10~20대 소비자를 끌어들여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민 우유소비 촉진 미션 속에서 탄생

바나나맛우유는 당초 우유를 싫어하던 한국인의 입맛 덕분에 탄생했다. 1970년대 초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며 우유 소비를 장려했다. 하지만 당시 흰 우유에 대한 거부반응이 컸다. 익숙하지 않아 입맛에 맞지 않고 탈도 자주 났다. 빙그레 전신인 대일유업 연구팀은 우유에 당시 최고급 과일이던 바나나향을 넣어 개발에 성공했다. 이때까지 우유는 유리병이나 비닐 팩에 담아 파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차별화하기 위해 포리스티렌을 이용하기로 결정한다. 달항아리를 보고 영감을 받아 현재의 배불뚝이 형태의 용기가 탄생했다. 사각 팩보다 운반이 불편하고 잡고 마시기에 불편하다는 반대에도 도입돼 현재는 브랜드 상징이 됐다. 바나나맛우유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이미지가 바로 이 달항아리 모양의 용기다.

바나나를 연상케 하는 노란색이 돋보이도록 반투명으로 제작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내용물을 단순히 담기에 급급했던 당시 분위기에서 기능과 모양, 컬러 그리고 한국적 정서까지 고려한 획기적인 포장 전략이었다.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더 든다. 흔히 사용하는 사출이나 압착 방식이 아닌 분리된 상·하컵을 고속 회전시켜 마찰열로 접합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 설비 제조사가 없어져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으로 용기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빙그레뿐이다. 빙그레는 2016년에 바나나맛우유 용기 자체를 특허로 등록했다.

 바나나맛우유 오리지널 생산라인. 하루 80만개씩 팔리는 대표 상품이다. 우유 85%에 바나나과즙 1%, 천연색소와 정제수를 배합해 만든다. [사진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오리지널 생산라인. 하루 80만개씩 팔리는 대표 상품이다. 우유 85%에 바나나과즙 1%, 천연색소와 정제수를 배합해 만든다. [사진 빙그레]

빙그레의 도약 발판

바나나우유가 빙그레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지난해 기준 회사 전체 매출의 약 24%를 차지한다. 2014년 김호연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마케팅에도 변화가 생겼다. 오래된 브랜드를 애지중지하고만 있기엔 소비자 기호가 매우 빠르게 변한다. 김 회장이 마케팅실에 ‘실패를 두려워 말고 빠른 의사결정과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라’고 주문했다. 빙그레는 마케팅, 영업, 연구개발(R&D) 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외부에서 전문 인력을 수혈했다.

재정비한 마케팅 조직이 시대 흐름을 잘 탄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평가다. 현재 바나나맛우유의 모델은 외식사업가 백종원씨다. 바나나맛우유 유튜브 채널인 ‘안녕단지’에 지난 5월 올라온 백종원의 바나나맛우유로 만든 푸딩 동영상 조회 수는 300만이 넘었다. 구독자가 1만5000명뿐인 채널에서 믿기 힘든 대박이다. 바나나맛우유를 이용한 팬케이크와 쉐이크 등 다른 조리 동영상도 200만~300만 뷰를 기록했다. “당장 달려나가 바나나맛우유를 사왔다” “제품으로 만들어달라”는 등의 ‘찬양’ 수준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 45년간 포장과 디자인은 조금씩 변화했다. 단지모양의 용기는 그대로이다. 이때문에 바나나맛우유의 마케팅용 캐릭터의 애칭도 '단지'다. [사진 빙그레]

지난 45년간 포장과 디자인은 조금씩 변화했다. 단지모양의 용기는 그대로이다. 이때문에 바나나맛우유의 마케팅용 캐릭터의 애칭도 '단지'다. [사진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를 테마로 해 대박을 낸 ‘옐로우카페’도 공격적인 마케팅의 성과다. 한국인 누구나 바나나맛우유를 알지만, 10~20대 충성 고객을 확보에 브랜드의 미래가 달렸다고 보고 다양한 실험 중이다.

백종원 모델 기용해 ‘대박’, 재미와 복고 감성 적중

2016년 3월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에 개점한 옐로우카페는 모든 카페 메뉴에 바나나맛우유를 사용한다. MD상품으로 준비했던 열쇠고리가 귀엽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층의 관심을 모았다.  옐로우카페 동대문점 성공에 힘입어 2017년엔 제주도에 약 열 배 큰 규모로 옐로우카페 제주점을 개점했다.

앞서 2017년 진행한 ‘마이스트로우 캠페인’은 B급 감성과 복고를 절묘하게 섞어 화제가 됐다. 바나나맛우유를 마실 때 필수인 스트로우(빨대)가 모티브가 됐다. ‘나만이 갖고 싶은 스트로우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마이스트로우 캠페인은 ‘마이스트로우’ 영상 5편의 누적 조회 수가 3000만에 달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누워서 마실 수 있는 ‘링거 스트로우’ 등 3종은 출시 일주일 만에 3만 개가 전량 판매되었고, 소비자 요청에 따라 추가 생산, 판매하기도 했다. 빙그레는 당초 ‘SOS 스트로우’ 출시 계획이 없었으나 해당 영상을 본 소비자들의 출시 요청이 잇따르자 실제 제품으로 제작해 출시하기도 했다. 스트로우 4종은 지금까지 총 10만여개가 판매되었다.

‘세상에 없던 우유’는 소셜미디어 ‘인증템’으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끈다. 지난해 초 시작된 이 시리즈는, 바나나맛우유의 단지 용기는 유지 하되, 색다른 변형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재미’와 ‘매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세상에 없던 우유' 시리즈의 4번째 맛으로 최근 출시된, '바닐라맛우유' [사진 빙그레]

'세상에 없던 우유' 시리즈의 4번째 맛으로 최근 출시된, '바닐라맛우유' [사진 빙그레]

첫 번째 제품 ‘오디맛우유’ 출시에 이어 겨울 한정판으로 ‘귤맛우유’를, 올해 세번째 제품 ‘리치피치맛우유’를 출시했다. 오디맛우유는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10월까지 누적판매 900만개, 약 6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귤맛우유는 출시 첫 달 100만개가량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최근엔 네 번째 한정판 제품 바닐라맛우유 출시하고  ‘세상에 없던 우유’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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