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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페스트 가면 생기는 일, 상상의 나래를 펴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25)

이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던 날인가. 드디어 나도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인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에 왔다. 올해 옥토버페스트는 9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 진행된다. 이름은 옥토버(10월) 페스트지만 10월 중순이면 뮌헨의 날씨가 쌀쌀해지는 것을 고려해 매년 9월 15일 이후 돌아오는 토요일에 시작해 10월 첫 일요일에 끝나는 일정으로 조정됐다.

축제장에 다가갈수록 단순한 맥주 축제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목적지까지 1㎞가 넘는 거리가 남았음에도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차들이 들어찼다. 지하철역에서는 끊임없이 들뜬 표정의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는 대입, 취업 이후 처음 만나는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점을….

옥토버페스트의 메인 무대로 가는 길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사진 pixabay]

옥토버페스트의 메인 무대로 가는 길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사진 pixabay]

아니나 다를까 옥토버페스트의 메인 무대까지 진입하기 쉽지가 않았다. 축제 장소에 가까이 가자 대관람차, 드롭 타워 등 놀이공원을 방불케 하는 놀이기구들이 번쩍이면서 맞았다.

또 길게 늘어선 푸드트럭과 중소형 텐트에서 소시지, 핫도그, 프레젤 등과 같은 가벼운 먹거리에서 슈바인학센 등 메인 디시까지 독일 전통 음식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작은 텐트들에서도 곡이 연주되며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남녀노소가 독일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놀 준비가 된 모습이다.

독일의 전통 음식인 슈바인학센(왼쪽)과 소시지(오른쪽). [사진 pixabay]

독일의 전통 음식인 슈바인학센(왼쪽)과 소시지(오른쪽). [사진 pixabay]

그러나 최종 목적지는 이곳이 아니다. 독일 뮌헨의 6개 대표 맥주 양조장(호프브로이하우스(Hofbräuhaus), 뢰벤브로이(Löwenbräu), 파울라너(Paulaner), 아우구스티너브로이(Augustiner-Bräu), 하커프쇼르(Hacker-Pschorr), 슈파텐브로이(Spatenbräu))이 운영하는 대형 맥주 텐트에 진입해야 한다.

맥주 텐트(Bierzelt)라고 부르지만 사실 텐트나 천막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나 크다. 5~6층 건물 높이는 돼 보이는 초대형 임시 건축물이랄까. 이 텐트 안에서 맥주를 마셔야 옥토버페스트에 참여해 봤다고 할 수 있다. 6개 양조장이 각각 여러 개의 텐트를 운영하고 있어 어림잡아 큰 텐트가 20개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인기 많은 호프브로이, 뢰벤브로이 텐트는 줄이 만만치 않다. 1시간여를 꼬박 기다려서 겨우 텐트 안으로 들어섰다.

옥토버페스트의 대형 맥주 텐트. 6개의 양조장이 각각 운영한다. [사진 flickr]

옥토버페스트의 대형 맥주 텐트. 6개의 양조장이 각각 운영한다. [사진 flickr]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학교 운동장의 몇 배는 돼 보이는 실내에 가득 찬 사람들이 손에 맥주를 들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나도 어서 이 열기에 파묻히고 싶다. 테이블에는 합석이 필수다. 독일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 서버가 와서 맥주를 내려놓는다. 1ℓ 용량의 마스(Maß) 잔이다. 이 잔을 7~8개씩 들고 서빙을 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ℓ 용량의 마스(Maß) 잔을 서빙하고 있는 서버. [사진 flickr]

1ℓ 용량의 마스(Maß) 잔을 서빙하고 있는 서버. [사진 flickr]

맥주 스타일은 페스트비어(Festbier) 한 종류다. 이 맥주는 도수가 5.8~6.3%로 일반적인 미국식 라거(4.5% 정도)보다 도수가 높다. 맑고 투명하고 마시기 편하지만,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마지막에 달달함이 느껴진다.

맥주 가격은 판매처마다 조금씩 다르다. 대략 10~12유로다. 팁까지 치면 우리 돈으로 한잔에 1만 5000원이 훌쩍 넘어간다. 절대 저렴하지 않다. 맥주 가격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매년 오르고 있다. 축제 주최 측에 따르면 작년보다 맥주 가격이 평균 3.11% 상승했다.

맥주 한잔을 거의 다 비우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까 그 전통 의상을 입은 서버가 와서 더 마시겠냐고 묻는다. 당연히 마셔야 할 분위기. 주저 없이 한잔을 더 시켰다.

맥주를 마시다보니 주변 사람들과도 쉽게 친구가 될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맥주를 마시다보니 주변 사람들과도 쉽게 친구가 될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도수 높은 맥주를 2ℓ째 마시자니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미 옆자리 독일 북부 하노버에서 왔다는 사람들과 안면을 텄다. 이 사람들은 지난 4월 옥토버페스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 텐트 좌석을 예약했다고 한다. 예약에 별도 비용은 없지만 와서 마실 맥주를 미리 결제하는 식으로 바우처를 구매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누구도 안주를 시키는 사람이 없다. 이유는 잠시 후에 알게 됐다. 내가 석 잔째 돌입했을 때 저 멀리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 밴드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 잔째 주문했을 때 옆 사람들이 테이블로 올라갔다. 모두 흥에 겨워 누구 하나 일어나서 춤추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테이블도 이미 술꾼과 춤꾼들이 점령했다. 음식을 시켰다고 해도 먹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대형 텐트 밖 푸드트럭에서 요기하고 들어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섯 잔으로 맥주를 마감하고 텐트를 나섰다.

어두워지고 텐트 밖으로 나오자 낮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사진 pexels]

어두워지고 텐트 밖으로 나오자 낮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사진 pexels]

밖에는 텐트 안으로 들어갈 때와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던 아이들은 자취를 감추고 취기가 찬 사람들로 가득했다. 경찰들은 쉼 없이 잔디밭에 누워있는 취객들을 쫓아내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서로 시비가 붙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과음한 탓에 화장실까지 가지 못하고 구토를 한 흔적도 보였다. 아디다스가 재작년 특수 코팅으로 오염을 막는 기능을 가진 옥토버페스트 전용 스니커즈를 내놓은 게 이해됐다.

6개월 전 예약해뒀던 게스트하우스까지 돌아오는 길, 도시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온 뮌헨이 옥토버페스트에 휩싸여있었다. 얼큰해진 나는 한참이나 거리를 걸었다.

옥토버페스트에 세 번 가봤다는 독일 유학파 친구는 “남는 건 숙취뿐”이라고 시니컬하게 말했지만, 옥토버페스트는 맥주 애호가들에게 술과 음악이 가득하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어울려 춤추는 환상의 공간이다.

※ 옥토버페스트 다녀온 지인들의 경험담과 옥토버페스트 공식 홈페이지의 정보를 토대로 올해 옥토버페스트 참가를 상상해 정리한 글입니다.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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