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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원 일요휴무, 학생·학부모 등 200명에 맡긴다는 조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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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휴일에도 학원을 찾는 학생들의 과잉 학습을 막기 위해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한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모습. [중앙포토]

서울시교육청은 휴일에도 학원을 찾는 학생들의 과잉 학습을 막기 위해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한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모습. [중앙포토]

‘학원 일요휴무제’ 시행 여부를 공론화로 정하겠다고 밝혔던 서울교육청이 학생·학부모·교사·시민 200명으로 참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두 달간 숙의 과정을 거쳐 학원 일요휴무제 도입 여부와 적용 학년 등을 정한다.

11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 일요휴무제 도입을 논의할 시민참여단을 200명 규모로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참여단은 학생 40%, 학부모 30%, 교사 15%, 시민 15%로 구성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상자 선정 방식은 이달 중 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시교육청은 25개 자치구별로 15명씩을 선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원단체와 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자문단 논의 결과 권역별 차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서울교육청은 공론화를 담당할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시민들의 공론화를 토대로 권고안을 마련한다. 단장은 지난해 서울균형발전공론화추진단장이었던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가 맡는다. 주재복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갈등학회 연구위원장), 이선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업국 차장(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 김현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본부장 등 갈등관리·교육 전문가 6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학원 일요휴무제는 조희연 교육감이 2014년 교육감 선거 후보 당시 제시한 선거공약이다.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일요일에 학원 운영을 못 하도록 조례나 법률로 정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학원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반발, 입시경쟁 등을 그대로 두고 학원 영업만 제한해서는 사교육 감소 효과가 없을 거라는 반론이 이어졌다. 시민참여단도 학생의 휴식권 보장과 학습권 보호, 학원의 영업권 침해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학원 일요휴무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4년 처음 교육감 선거에 나설 때 공약이었다. [뉴스1]

'학원 일요휴무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4년 처음 교육감 선거에 나설 때 공약이었다. [뉴스1]

시교육청은 의견 수렴을 위해 설문조사와 토론회 등을 진행한다. 우선 추석 연휴 직후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하고, 이달 27일과 다음 달 22일 두 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연다. 1차는 학원 관계자, 학부모 대표, 학생 인권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100명 규모로 진행한다. 500~1000명 규모로 이뤄지는 2차 토론회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공론화 결과는 11월 말 발표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찬반 대립이 큰 만큼 시민참여단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민참여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의 경우에도 공휴일 학원 수강 여부, 재학 중인 학교의 특성, 학년과 성적, 부모의 교육열에 따라 학원 휴무제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학원 휴일휴무제 및 학원비 상한제 도입 방안 연구’에 따르면 학생의 학년·학교에 따라 일요일에 학원에 다니는 비율이 달랐다. 학생·학부모 6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중학생과 일반고 학생 중 일요일에 학원에 다니는 비율은 각각 33%, 36%였지만,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학생은 51%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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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단이 학원 일요휴무제 도입으로 결론 낸다고 해도 제도 마련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학원업계의 반발이 큰 만큼 조례 제정에 필수적인 서울시의회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참여단의 결정이 바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데도 왜 굳이 공론화를 거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교육청이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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