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고도비만 수도권’ 인구 50% 돌파, 지방 소멸 방치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권경석 전 지방자치발전위 부위원장 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장

권경석 전 지방자치발전위 부위원장 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장

9월 1일 기준으로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인구가 처음으로 전국 인구(5170만 9000명)의 50%를 돌파한 것으로 추계된다. 전국의 11.8%에 불과한 좁은 면적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수도권은 혼잡비용 증가와 비효율 누증 등 과대·과밀화 역기능이 심각하다. 주택난·교통난·환경오염 등으로 불편과 부담이 늘어나고 도시의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다.

권력 중앙 집중이 공룡 수도권 초래 #지방일괄이양법 조속히 만들어야

그 대책으로 신도시 건설과 광역교통체계 확충 정책이 반복해 추진되지만, 오히려 인구 유입을 촉진하는 역효과를 초래해 왔다.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저출산·고령화의 심화에 따른 공동화·피폐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의 지방소멸 (이상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30년 안에 시·군·구와 읍·면·동 10개 중 4개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지방 고유의 창의와 특성은 사장되고, 자원과 잠재력은 역외로 유출되거나 방치되고 있다. 제조업 등 기존 산업 생태계는 붕괴하고 있다. 무한경쟁의 ‘글로컬(Global+Local) 시대’에 수도권과 지방 도시의 경쟁력이 동반 추락한다면 국가적 재앙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의 근본 원인은 권력의 중앙정부 집중에 있다. 행정권의 70%와 재정권의 80%를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중앙정부가 자리한 수도권은 핵심권력의 소재지로서 인재와 재원, 정보와 첨단기술, 주요 기업 본사 등 중추관리기능의 80%가 몰려 있다. 수도권은 지방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지 오래다.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역대 정부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수도권 인구 억제와 지방 살리기 정책을 추진했다. 행정수도(세종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방분권과 지방 행정체제 개편 등 핵심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수도권 인구는 계속 늘어 급기야 50%를 돌파했다. 결과적으로 역대 정부의 지방 살리기 정책은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150여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2018년 7월 기준)과 혁신도시 건설은 해당 지역 지방세수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부분적으로 기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소속 임직원들의 ‘나 홀로’ 지방 이주, 기관별 서울 출장소 운영, 기타 경영부담 증가 등 경영효율 저하 요인도 산재해 있다.

지방분권 및 행정체제 개편은 국가 사무와 행정·재정권의 지방 일괄이양, 역량과 규모에 맞는 행정체제 구축 등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제정한 특별법을 근거로 정부가 종합계획을 수립했지만, 후속 입법 조치는 국회의 무성의와 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표류 중이다. 중앙부처 및 기관의 기득권 집착이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지방 살리기를 제대로 하려면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중앙 권한의 지방 일괄이양이 기본전제다. 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중앙권한의 공간적 이동이므로 지방 살리기를 위한 본질적 처방이 될 수 없다. 철저한 성과분석을 통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와 지방 살리기는 국가의 사활이 걸린 과제다. 계속 방치하면 국가적 재앙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주민의 역외전출 억제와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3가지 대책을 제시한다. 첫째, 국회는 중앙권한의 지방 이양을 위한 ‘지방 일괄 이양법’을 지체없이 제정해야 한다. 둘째, 중앙과 지방정부는 상호 역할분담과 협력을 통해 지방에 권역별 맞춤형으로 교육 및 의료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여가 활용과 문화생활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보완해야 한다.

셋째, 민간 기업의 지방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 혁파와 인센티브의 파격적인 확대조치가 절실하다. 이를 토대로 지방과 수도권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역동적인 균형발전 체제로 정착돼야 한다.

권경석 전 지방자치발전위 부위원장·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