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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이만기·강호동 편견···요즘 씨름판에 뜬 '씨름 아이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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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협회 2017 홍보영상. '젊은 층 노리는 요즘 씨름계'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었다. [대한씨름협회]

씨름협회 2017 홍보영상. '젊은 층 노리는 요즘 씨름계'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었다. [대한씨름협회]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20대 기자들이 밀도있는 밀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씨름판에 ‘조각 몸매’ 선수들이 떴습니다.
박정우(26, 의성군청 마늘씨름단), 허선행(20, 양평군청 물맑은양평씨름단)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흔히 씨름선수 하면 강호동, 이만기 전 선수와 같은 ‘통통한 몸매’를 떠올리는데요. 태백급(80㎏ 이하)에 해당하는 박정우, 허선행 선수의 몸매는 이런 편견을 깹니다. 이 선수들의 사진을 본 강정은(22)씨는 “씨름 선수인 줄 전혀 몰랐다”며 “헬스 트레이너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죠.

‘조각 몸매’ 박정우·허선행 씨름선수 #기자와 직접 씨름 경기한 결과는? #실력·외모 갖춘 20대 선수들, 씨름 부활 노려 #10~15일 2019 추석장사씨름대회 참가

핫한 20대 두 선수가 씨름판의 부활을 노리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10일부터 15일까지 전남 영암군에서 열리는 ‘위더스제약 2019 추석장사씨름대회’에 참석하는데요. 대회준비가 한창이던 지난달 13일 밀실팀이 직접 충청북도 보은군 전지 훈련장에 찾아가 박정우 선수와 씨름을 했습니다. 샅바를 잡힐 땐 온몸이 묶이는 기분이 들어 다리를 움직이기도 어려웠습니다. 선수가 조금 힘을 주자 크레인이 몸을 들어 올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자는 20초를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엎어졌습니다. 몸매는 아이돌이지만, 실력은 역시나 프로 씨름선수였습니다.

실력과 외모를 모두 갖춘 ‘씨름판 아이돌’ 박정우, 허선행 선수. 두 사람을 만나 ‘요즘 씨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허선행 선수(왼쪽)는 "씨름을 잘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고 했다. 박정우 선수는 "타고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선행, 박정우 선수 제공]

허선행 선수(왼쪽)는 "씨름을 잘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고 했다. 박정우 선수는 "타고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선행, 박정우 선수 제공]

영상 속 조각 같은 몸매가 화제다
일부러 보기 좋게 만든 건 아니다. 저는 씨름을 잘하고 싶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씨름에 웨이트가 필요 없다면 저는 웨이트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다른 실업팀 선수들도 그럴 것이다. (허선행)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마른 근육이 있었다. 타고 난 것 같다. (박정우)
기존 씨름 선수의 이미지보다는 두 선수의 체구가 작다
나와 허선행 선수는 성인대회에서 가장 가벼운 체급인 태백 급이다. 빠른 호흡으로 다양한 기술이 나오는 체급이다. 최근엔 오히려 덩치가 작은 선수들도 씨름판에서 빛을 발하는 추세다. (박정우)
일본 스모 못지않은 인기 누리던 씨름이 어쩌다 비인기 종목이 됐을까
예전엔 체급을 정하지 않고 경기를 하다 보니 ‘덩치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었다. 또 신경전 같은 샅바 싸움을 오래 하다 보니 지루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체급을 정하는 등 규정을 많이 바꿨다. (박정우)
씨름계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는 과거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지금 선수들이나 협회는 공정하게 승부를 내려고 최선을 다한다. (허선행)
박정우 선수는 1993년 9월 22일 경북 경주시에서 태어났다. 키는 179cm, 혈액형은 A형이다. 동아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해 현재 의성군청 마늘씨름단 소속 씨름선수로 활동한다. 주특기는 들배지기. 2019년 횡성단오장사씨름대회 태백장사다. 편광현 기자

박정우 선수는 1993년 9월 22일 경북 경주시에서 태어났다. 키는 179cm, 혈액형은 A형이다. 동아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해 현재 의성군청 마늘씨름단 소속 씨름선수로 활동한다. 주특기는 들배지기. 2019년 횡성단오장사씨름대회 태백장사다. 편광현 기자

요즘 씨름판에 젊은 관객이 없나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최근엔 젊은 관객 유치를 위해 유치원에서 인형극을 한다거나 대학 시범경기를 많이 나간다. 그럴 때 한두 판 정도는 봐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씨름판에도 아이돌 초대가수가 왔으면 한다. 나는 잇지의 채령을 좋아한다. (박정우)
씨름 선수들 일과는
매일 아침 3~5km 정도 운동장을 달리고, 오후에는 씨름 실전 훈련을 한다. 저녁은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이다. 꽤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수들 몸이 보기 좋아진 게 아닐까. (허선행)
스포츠로서 씨름의 매력은
씨름은 승부가 빨리 난다. 한순간 방심하면 질 수 있기 때문에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이길 수 있다. 전략도 많이 작용하는 스포츠다. 예를 들어 허선행 선수같이 밭다리가 강한 선수는 들어올 때 배지기로 넘겨야 한다. 그래서 독보적으로 잘하는 선수가 없다. 모두가 라이벌이다. 그래서 재밌다. (박정우)
허선행 선수는 1999년 7월 22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 태어났다. 키는 180cm, 혈액형은 A형이다. 한림대학교 체육학과를 중퇴하고 현재 양평군청 물맑은양평씨름단 소속 선수로 활동한다. 주특기는 밭다리. 고등학교 시절 9관왕 출신이며 2019년도 학산김성률배 씨름대회에서 태백급 2위를 차지했다. 편광현 기자

허선행 선수는 1999년 7월 22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 태어났다. 키는 180cm, 혈액형은 A형이다. 한림대학교 체육학과를 중퇴하고 현재 양평군청 물맑은양평씨름단 소속 선수로 활동한다. 주특기는 밭다리. 고등학교 시절 9관왕 출신이며 2019년도 학산김성률배 씨름대회에서 태백급 2위를 차지했다. 편광현 기자

씨름계가 나아갈 방향은
아직 크게 바라는 건 그렇게 없다. 이뤄질 수 있는 선에서는 씨름이 우리나라 전통 운동이기 때문에 많은 추석처럼 큰 명절 때만큼은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허선행)
일단 선수들 경기력 좋아야 한다. 좋은 경기 보여드려야 관객들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선수가 씨름판 위에서 멋진 순간을 위해 매일 운동하고 있다. (박정우)

편광현·최연수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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