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1)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다 보면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보다 궂은 날이 더 많기 마련이다. 매출이 크게 줄어 경영이 어려워졌을 때 경영자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경영책임자가 부닥치는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을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편집자>
“사장님 나빠요.”
이 세상 모든 착한 사장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아닐까. 회사가 계속 성장해서 직원들에게 월급도 많이 주고, 각종 복지 혜택을 준다면 우리 모두 착한 사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회사 경영은 365일 핑크빛이 아니다.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그 방법으로, 대다수 회사가 인력을 감축해서 인건비 절감을 시도한다.
A사는 한때 업계에서 소위 잘 나갔던 회사였고, A사 사장은 평소 ‘착한 사장’으로 정평 나 있었다. 그런데 A사 주력 상품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회사 전체가 휘청거렸다. 사장은 결국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절감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그는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착한 사장의 이미지를 끝까지 유지하길 원했는데, 인력 감축으로 갈등이 생기면 더는 착한 사장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 같고, 더 나아가 노사 갈등으로 번지게 될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A사 사장이 택한 감원 방식은, 급여를 동결시키고, 직원이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더는 충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직원들이 인력감축 계획을 알아차려 동요할 것을 우려해 이 감원계획을 직원들과 절대 공유하지 않도록 관리자들을 입단속 시켰다.
이후 A사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회사의 분위기는 점점 나빠졌다. 매출이 떨어지고, 비용도 줄이는 상황에서 사내에 인력감축 계획에 관한 소문만 무성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동료가 그만두면 내가 그 일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퍼졌다. 직원들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A사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했던 갑동 씨는 다른 회사로 이직했고, 갑동 씨 다음으로 일 잘하는 을동 씨에게 갑동 씨가 했던 일이 얹어졌다. 회사 분위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급여 동결에, 업무량까지 늘어나니 을동 씨마저 그만뒀다.
평소 그냥저냥 회사에 다니던 병동 씨가 그나마 경력자니, 갑동 씨와 을동 씨의 업무는 병동 씨와 몇몇 신입사원에게 배분됐다. 이 회사의 핵심 업무는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고, 딱히 이직 생각이 없는 병동 씨와 일부 직원들만 회사에서 근근이 버텼다.
착한 사장의 이런 감원 방식은 인건비를 줄여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일 잘하는 핵심 인재들을 놓치고 만다. 성과를 내는 직원들이 없으니 주요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이는 곧 저조한 성과, 매출 감소, 회사의 저성장으로 이어진다. ‘그저 버티는 병동 씨들’만 남은 회사는 혁신할 수 없는 고인 물이 되며, 회사를 활기 없고 단단한 고인돌로 만든다. 결국 회사를 살리기 위해 선택한 착한 사장의 인력감축 방법이 장기적으로는 회사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불가피하게 회사가 감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회사가 우선순위로 추진해야 하는 업무부터 검토해야 한다. 회사는 목표를 정해두고 업무의 우선순위와 업무량에 따라 조직을 재구성함과 동시에,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현 상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직원과 명확히 소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력감축에 따라 이직 및 퇴사하는 직원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상황의 회사에 필요한 것은 착한 사장이 아니라 위기에 적절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리더십이다.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