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었을까요? 착한 사장의 감원 방식

중앙일보

입력 2019.09.09 15:00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1)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다 보면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보다 궂은 날이 더 많기 마련이다. 매출이 크게 줄어 경영이 어려워졌을 때 경영자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경영책임자가 부닥치는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을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편집자>

A사의 사장은 주력 상품의 매출이 급감하자 결국 인건비부터 절감하기로 결정했다. [사진 pixabay]

A사의 사장은 주력 상품의 매출이 급감하자 결국 인건비부터 절감하기로 결정했다. [사진 pixabay]

“사장님 나빠요.”

이 세상 모든 착한 사장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아닐까. 회사가 계속 성장해서 직원들에게 월급도 많이 주고, 각종 복지 혜택을 준다면 우리 모두 착한 사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회사 경영은 365일 핑크빛이 아니다.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그 방법으로, 대다수 회사가 인력을 감축해서 인건비 절감을 시도한다.

A사는 한때 업계에서 소위 잘 나갔던 회사였고, A사 사장은 평소 ‘착한 사장’으로 정평 나 있었다. 그런데 A사 주력 상품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회사 전체가 휘청거렸다. 사장은 결국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절감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그는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착한 사장의 이미지를 끝까지 유지하길 원했는데, 인력 감축으로 갈등이 생기면 더는 착한 사장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 같고, 더 나아가 노사 갈등으로 번지게 될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A사 사장이 택한 감원 방식은, 급여를 동결시키고, 직원이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더는 충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직원들이 인력감축 계획을 알아차려 동요할 것을 우려해 이 감원계획을 직원들과 절대 공유하지 않도록 관리자들을 입단속 시켰다.

인력감축 계획 소문이 돌면서 A사의 분위기는 점점 나빠졌다. 동료가 그만두면 내가 그 일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퍼졌다. [사진 pxhere]

인력감축 계획 소문이 돌면서 A사의 분위기는 점점 나빠졌다. 동료가 그만두면 내가 그 일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퍼졌다. [사진 pxhere]

이후 A사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회사의 분위기는 점점 나빠졌다. 매출이 떨어지고, 비용도 줄이는 상황에서 사내에 인력감축 계획에 관한 소문만 무성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동료가 그만두면 내가 그 일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퍼졌다. 직원들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A사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했던 갑동 씨는 다른 회사로 이직했고, 갑동 씨 다음으로 일 잘하는 을동 씨에게 갑동 씨가 했던 일이 얹어졌다. 회사 분위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급여 동결에, 업무량까지 늘어나니 을동 씨마저 그만뒀다.

평소 그냥저냥 회사에 다니던 병동 씨가 그나마 경력자니, 갑동 씨와 을동 씨의 업무는 병동 씨와 몇몇 신입사원에게 배분됐다. 이 회사의 핵심 업무는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고, 딱히 이직 생각이 없는 병동 씨와 일부 직원들만 회사에서 근근이 버텼다.

착한 사장의 이런 감원 방식은 인건비를 줄여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일 잘하는 핵심 인재들을 놓치고 만다. 성과를 내는 직원들이 없으니 주요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이는 곧 저조한 성과, 매출 감소, 회사의 저성장으로 이어진다. ‘그저 버티는 병동 씨들’만 남은 회사는 혁신할 수 없는 고인 물이 되며, 회사를 활기 없고 단단한 고인돌로 만든다. 결국 회사를 살리기 위해 선택한 착한 사장의 인력감축 방법이 장기적으로는 회사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회사는 목표를 정해두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직원과 명확히 소통해야 한다. [사진 pxhere]

회사는 목표를 정해두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직원과 명확히 소통해야 한다. [사진 pxhere]

불가피하게 회사가 감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회사가 우선순위로 추진해야 하는 업무부터 검토해야 한다. 회사는 목표를 정해두고 업무의 우선순위와 업무량에 따라 조직을 재구성함과 동시에,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현 상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직원과 명확히 소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력감축에 따라 이직 및 퇴사하는 직원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상황의 회사에 필요한 것은 착한 사장이 아니라 위기에 적절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리더십이다.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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