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늘 3박스 쳤어" 스윙연습 하고 운동했다 착각하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57)

우리나라에서는 골프를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에서는 골프를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참 특별한 것 같다. 다른 운동에 비해서 매너를 특히나 강조하는 점, 3~4시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교류할 수 있는 것, 부딪히거나 격렬하지 않고 활동량이 무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웬만큼 나이가 들어도 즐길 수 있다는 부분들이 골프를 즐기는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

그런데 간혹 이 골프를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드에 나가서 카트를 타지 않고 몇 시간 걸으면 걷기 운동이 될 수는 있겠지만, 골프 자체를 운동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골프가 전략을 짜내고, 그에 따라 진행하는 스포츠인 것은 맞다. 그것은 마치 컴퓨터 게임인 e스포츠나, 바둑도 스포츠인 것과 같다. 몸을 움직이긴 하지만 운동만큼 움직이지는 않는다. 당구나 볼링을 게임한다고 하지 운동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스포츠라는 큰 범위에서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운동’이라는 것은 최소한 숨이 차고 땀이 나는 행동이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서 근력과 심폐지구력 등이 좋아져서 혈액순환이나 면역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척추 상태가 좋아지거나 재활이 되어서 나에게 모자란 부분을 채워 보완해 주면 금상첨화다. 이런 범주에서 골프는 게임으로 생각해야지 운동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굳이 골프를 가지고 운동이니 게임이니 분류하려는 것은 진료실에서 상담하다가 생기는 오해들 때문이다. 사람이 건강하려면 매일 하는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건강한 범위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음식, 운동, 수면, 업무, 스트레스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진료할 때 운동하는 시간을 꼭 체크한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이 운동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거나 아예 안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운동은 건강하기 위한 최소한의 습관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는 있다. 그런데 이때 골프만 하는 사람들이 꼭 운동한다며 강변하는 경우가 있다. “운동하세요?” 물으면 “네 해요” 라고 하는데 자세히 물으면 골프만 하고 다른 것은 안 한다. 골프를 하고서 운동했다고 생각하고 진짜 운동은 안 하는 것이 문제다.

한국에서 골프 하는 사람들은 필드에 나가서 치는 횟수가 상황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직장인들까지 포함해 열심히 하는 경우 평균 월 1~2회 정도일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여유가 있어서 월 2회 이상 나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그러지 못하다. 필드에 나가면 걷기라도 하지만 대다수가 골프를 매일 한다고 하는 건 연습장에서 똑딱볼을 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똑딱볼을 치면 힘이 들기는 하지만 골프치는 자세가 몸에 무리를 많이 준다. 사람의 몸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심지어 고문에서도 그런 방법이 있을 정도다. 차렷자세로 가만히 있는 것이 얼마나 무리가 되는지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다.

골프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주어야 몸에 받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사진 pxhere]

골프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주어야 몸에 받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사진 pxhere]

골프연습에서의 핵심은 똑같은 자세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패턴화해서 내 몸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조그만 공을 항상 같은 패턴으로 친다는 것이 너무나 예민한 작업이라 똑같이 쳐 내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양쪽 발을 고정하다시피 하고 목은 고정한 상태에서 척추를 비틀었다가 팔을 돌려 풀 스윙을 하게 되는데, 이때 척추와 팔, 무릎에 주는 충격이 크다. 그래서 골프를 치다 보면 목, 허리 디스크는 물론이고 손목과 엘보우, 무릎 등에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골프 자체가 좋냐 나쁘냐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골프는 스포츠고 여건과 기호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골프를 한다고 해서 운동이라 착각하고 운동을 등한시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프로 선수들을 보면 골프 전후에 반드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하고, 한의사, 의사, 물리치료사의 치료 및 케어를 비롯한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도 수시로 받는다.

그에 반해서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과를 보면 연습량은 프로선수만큼 하는데, 몸을 보호하는 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 골프 전 스트레칭도 대충 하나 마나 한 수준으로 하고는 바로 똑딱똑딱 퍽퍽 하면서 두시간씩 보낸다. 오늘 몇 박스 쳤어라는 것에 뿌듯해하면서 목과 허리를 두드리며 내려온다. 그러다 보면 운동을 놓치기 십상이다. 운동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몸에 무리를 주고 나서 풀어주지 않으면 골치로 남는다.

골프를 위해서라도 운동은 따로 해야 한다. 골프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꼭 하자. 스트레칭은 평소에도 하면 참 좋다. 골프를 할 때 몸에 받는 충격은 스트레칭으로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 근력운동도 필수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도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 골프라는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도 운동은 필수적이다. 이제 골프 자체를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골프라는 게임을 하더라도 몸을 관리할 수 있는 운동은 꼭 따로 해야 하겠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