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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 소비 많은 한국 미세플라스틱에 관심 가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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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 해양연구소가 최근 해안 퇴적층에 플라스틱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해 보고했다. 석기·청동기·철기시대를 거쳐 지금이 ‘플라스틱기(器)시대’임을 증명한 셈이다. 문제는 해변 플라스틱 쓰레기가 미세플라스틱이 돼 식탁에 오른다는 점이다. 천일염·어패류 등을 통해 한국인이 매주 먹는 미세플라스틱이 신용카드 한장 분량(5g)이나 된다. 유해물질·세균이 붙은 미세플라스틱은 인체에 유해할 수도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쪼개진 2차 미세플라스틱 외에 생활용품에 의도적으로 첨가하는 1차 미세플라스틱도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치약·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을 넣는 것을 규제하고 있으나, 섬유 유연제는 제외됐다. 세탁 후 옷에 향기가 오래 남도록 하기 위해 향기 물질을 담은 공 모양의 미세플라스틱을 섬유 유연제에 첨가한다.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보라 의원과 에코맘코리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생활화학제품에 미세플라스틱을 첨가하는 문제를 다뤘는데, 섬유 유연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정규 박사는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내년부터 1차 미세플라스틱을 본격 규제하지만, 섬유유연제의 경우 5년 정도 유예기간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측은 “해양 생태계의 주요오염은 2차 미세플라스틱이고, 1차 미세플라스틱은 하수처리장에서 대부분 걸러진다”며 “현재 향을 내는 미세플라스틱은 대체물질이나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섬유 유연제에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중단한 업체도 있다. 이 업체는 “생태계 영향을 고려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한다면 1차, 2차 플라스틱의 비율이나 하수처리율을 따지기보다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유럽연합 사례를 지켜보며 규제를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가 모인 유럽연합의 규제 시기가 정답일 수는 없다. 한국이 미세플라스틱 규제에 앞장서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 세계에서 해산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게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