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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이 사장 망가뜨렸다, 아이돌 이긴 SK이노 파격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아~~ 우아 우아. SK 이노베이션, 지구는 살아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21일 유튜브에 공개한 기업 PR 광고가 지난 3일 조회수 2100만(영어 기준)을 넘었다. 지난달 21일 공개했으니 16일 만에 2500만 클릭을 끌어냈다. 영어 동영상 클릭수에 한글판 영상 조회수를 더하면 3020만회를 넘어섰다. 웬만한 유명 아이돌의 유튜브 뮤직비디오를 빰치는 수준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SK이노베이션은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한 주유소와 초경량 자동차 소재 등으로 친환경 신사업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 회사는 유튜브 영상이 큰 인기를 끌자 종합편성채널을 통한 광고를 최근 시작했다. 동일한 영상을 다양한 채널에 뿌리는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이다. 이번 광고를 기획한 오세진 SK이노베이션 팀장은 “유튜브 전용으로 영상을 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종편으로 확장했다”고 말했다.

인기 비결은 광고 배경 음악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인기 TV 프로그램인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의 오프닝 곡을 가져왔다. 여기에 긴코원숭이, 코알라, 기린을 등장시켜 친근감을 강조했다. 유튜브 광고 영상을 본 한 네티즌은 “광고를 찾아보고 노래를 듣고 있다니” “생각나서 또 보러왔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해외 네티즌도 “친근한 동물과 웃기는 음악으로 중독되는 광고”라는 댓글을 달았다. 오 팀장은 “TV 프로그램에서 배경음악을 부른 뮤지컬배우 김봉한씨가 31년 만에 다시 불러 녹음했다”고 말했다.

이는 일종의 뉴트로(newtro) 전략이다. 뉴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를 의미하는 레트로(retro)가 합쳐진 신조어다. 복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이와 관련된 문화적 현상을 뜻하는 폭넓은 의미로 쓰인다.

이 회사의 유튜브 파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SK이노베이션 사장단이 유튜브에 총출동했다. 이 영상에서 김준 총괄사장은 “갑자기 분위기 아그위그 시즌 2”라고 말하면서 활짝 웃는다. 아그위그는 아이 그린 위 그린(I Green We Green)의 한국어 줄임말로 이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환경 캠페인이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 지동섭 SK루브리컨츠 사장,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도 양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유튜브 영상에 출연했다. 사장단을 망가지게 한 건 SK이노베이션 신입사원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올해 신입사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며 “신입사원이 사장단에 요청해 만들어진 영상”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유튜브 활용이 늘면서 형식 파괴와 함께 콘텐트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기존 기업 소개 이미지 영상에서 진화해 토크 콘서트나 직원들이 출연하는 웹드라마를 제작한다. 롯데주류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유튜브 채널 맥주클라쓰를 만든 롯데주류는 지난달 27일 직장인 토크 '괜찮아 다 그래'를 방송하고 있다.

직장인 출연자들이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직장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담았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지각하면) 솔직히 바로 얘기해요?”
“10분 20분 늦을 것 같을 때 있잖아요.
 겨울에는 외투가 두껍잖아요? 그래서 외투 안에 가방을 숨기고 슬리퍼를 신고 가요. 그냥 여기 실내에서 일하다가 잠깐 화장실 간 척. 겨울에 누가 슬리퍼를 신고 출근할 거라고 생각하겠어.”

롯데주류는 매주 화요일마다 순차적으로 총 4편의 에피소드가 공개될 예정이다. 첫 방송은 조회수 3만회를 넘겨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입사 6개월 이내 현직 신입사원·인턴을 모아두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방식”이라며 “지나치게 솔직한 대화 내용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채용 과정에서 유튜브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화TV이 대표적이다. 한화토탈 직원의 시각으로 직장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은 등록 한 달 만에 15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직장 선택에) 큰 도움이 됐다”는 댓글 등이 달렸다.

SK텔레콤은 올해 하반기 신입 공개채용 시즌을 맞아 온라인 채용 설명회 '티 커리어 캐스트'를 열 예정이다. 이달 7일 SK텔레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되는 티 커리어 캐스트는 인사 담당자가 시청자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채용 전형이나 직무 관련 궁금증뿐만 아니라 기업문화부터 직원 복지‧교육 정보까지 다양한 질문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미디어와 거리가 멀 것 같은 건설사도 유튜브 채널 활용에 적극적이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국내 건설사 최초로 웹드라마를 만들어 공개했다. 건설사 직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콘텐트를 차용했다. 삼성물산은 아파트 브랜드에서 따온 유튜브 채널 래미안을 운영하고 있다.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시스템 에어컨 필터 청소와 식탁 등 높이 조절 등 생활 밀착형 영상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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