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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종료" 3분뒤, 기습처럼 울려퍼진 "조국 아내 기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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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종료를 앞두고 소회를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종료를 앞두고 소회를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7일 0시 1분.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끝났다. 3분 뒤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그의 아내 정경심씨에 대한 “공소장이 접수됐다”고 알렸다.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도 곧바로 정씨의 불구속 기소 사실을 기자단에 전했다. 죄명은 ‘사문서 위조’.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2012년 9월 7일 거짓으로 발급한 혐의였다.

이날 검찰과 법원의 정씨 기소 발표는 의도된 ‘기습 작전’을 방불케 했다.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오늘 회의를 이것으로 모두 마치겠다”며 청문회 산회를 선포하자마자 한밤중에 곧바로 기소 사실이 공개됐다. 검찰은 공식 발표에서 “오후 10시 50분 정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했다. 법원에 공소장을 접수하고도 1시간 10분 동안 청문회 종료를 기다렸다가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조 후보자는 “검찰의 결정은 존중한다”면서 “피의자(아내 정씨) 소환 없이 기소가 이루어진 점에 대해선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종료 소감 대신 아내가 재판에 넘겨지게 된 심경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조 후보자는 “물론 검찰 결정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이제부터 제 처는 사법 재판으로 이어질 형사 절차상에 방어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형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고 방어권을 행사해서 자신의 권리가, 주장이, 증거가 이 과정에 반영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내 기소를 언제 알았냐”, “거취에 대한 입장은 변동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국회를 떠났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긴급하게 전화를 받고 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긴급하게 전화를 받고 있다. [뉴스1]

여당은 “검찰권 남용”이라며 공개 반박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씨 기소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기자들을 만나 “서초동에 있어야 할 검찰이 여의도 청문회장까지 왔다”면서 “지극히 불행한 일이고 (이것이)‘정치 검찰’의 잘못된 복귀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 명의의 심야 논평을 내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소환 조사 한 번도 없이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전격적으로 정 교수를 기소한 것은 피의자로서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도 박탈한 비인권적 수사이며 명백한 검찰권 남용”이라고 비난하면서다.

홍 수석대변인은 “청문회 진행 중에 이뤄진 무리한 기소는 입법부의 국무위원 인사검증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면서 “오늘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검찰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지도부 내부에서는 더 강도가 센 불만 목소리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최고위원은 “최성해 (동양대) 총장 말만 듣고 기소하는 건 잘못된 것 아니냐”면서 “청문회를 계기로 내일 아침 여론이 또 바뀔 텐데, 검찰이 그걸 또 차단한다. 압수수색 한 번 하면 여론조사가 6~7%포인트가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짜로 (검찰이) 대통령 인사권을 제약하는 것인가. 검찰이 왜 (후보자) 부적격, 적격을 판단하느냐”고 물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정말 12시까지 기소된 줄 몰랐다”면서 압수수색도 기소도 시점이 너무 부적절했다. 구체적 대응 방안을 당내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반면 야당은 “검찰이 정의를 구현했다”며 조 후보자 사퇴를 촉구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오늘 드디어 배우자가 불구속 기소됐다”면서 “(정씨 구속이) 일찌감치 예상됐는데 (조 후보자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헌정사에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후보자는 즉각 사퇴하는 게 도리”라고 덧붙였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국민과 언론의 하나 된 마음으로 이루어낸 ‘정의 구현’의 산물”이라면서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정의와 공정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 진정한 검찰개혁을 검찰 스스로 완성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당연한 결과”라는 논평을 냈다. 그는 “상식적인 검찰 수사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국무총리와 법무부장관 등 당정청과 많은 여권 유명 인사들까지 총동원돼 총체적이고 조직적으로 저항했다”면서 “조 후보자가 못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결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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